이재명 무죄가 소환한 ‘파기자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5. 3. 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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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판 제도를 흔히 '3심제'라고 한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또 불복한다면? 그럴 땐 다시 대법원으로 가서 5번째 재판인 '재상고심'을 해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는 "대법관들이 충분히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사안조차도 파기환송을 택하곤 한다"며 "지나치게 안일한 방식"이란 비판적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률가들 아니면 잘 쓰지 않는 용어인 파기자판이 느닷없이 한국 사회에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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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판 제도를 흔히 ‘3심제’라고 한다. 한 사건을 놓고 심급(審級)을 달리하며 총 3번 재판에서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1심은 지방법원이나 그 지원에서 이뤄진다.
항소심이라고도 불리는 2심은 일부 예외를 빼면 고등법원이 담당한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에 의한 상고심은 최종심, 그러니까 3심에 해당한다.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은 ‘확정’의 효력을 지닌다. 불복이 불가능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을 다시 하는 재심(再審) 제도가 있긴 하지만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3심이 원칙이라고는 하나 재판을 5번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낼 때 그럴 수 있다. 이를 법률 용어로 파기환송(破棄還送)이라고 한다. 형사 사건을 예로 들면 2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관들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1, 2, 3심에 이어 ‘파기환송심’이라는 4번째 재판이 추가된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또 불복한다면? 그럴 땐 다시 대법원으로 가서 5번째 재판인 ‘재상고심’을 해야 한다. ‘1심→2심→3심→파기환송심→재상고심’의 5심제인 셈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업무는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거나 아니면 파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대법관들 입장에선 원심 확정보다 파기 판결이 아무래도 심리 과정이 더 까다롭고 선고 후 느끼는 보람도 한층 크지 않겠는가. 우리 대법원에 해당하는 프랑스 최고 사법기관 명칭이 ‘파기원’(Cour de cassation)인 점에 비춰보면 파기의 의미가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통상 대법원은 파기를 할 때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많이 하지만, 드물게 직접 재판을 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사례도 있다. 이를 법률 용어로 파기자판(破棄自判)이라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는 “대법관들이 충분히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사안조차도 파기환송을 택하곤 한다”며 “지나치게 안일한 방식”이란 비판적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률가들 아니면 잘 쓰지 않는 용어인 파기자판이 느닷없이 한국 사회에 소환됐다. 서울고법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 선고를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검찰의 상고로 3심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대법원에 “파기환송 대신 파기자판을 하라”고 촉구했다. 파기환송심에 재상고심까지 5번의 재판을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대법관들이 직접 사건 기록을 보고 판결을 선고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환송’이든 ‘자판’이든 파기가 먼저라는 점이다. 이 대표 2심 판결에 실망한 여당 의원들 심경이야 이해가 되나, 대법원이 파기 대신 원심 확정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자칫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핀잔이나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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