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 와도 안 삽니다" 초고수들이 하이닉스 팔고 삼전 매수한 이유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대표 종목을 둘러싼 자금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장중 90만 원선을 회복한 SK하이닉스는 고수 투자자들 사이에서 차익 실현 대상이 된 반면, 19만 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다시 쓴 삼성전자에는 오히려 매수세가 집중됐다. 같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혜주로 묶이는 두 기업이지만, 수익률 상위 1% 투자자들의 선택은 정반대로 갈렸다.
19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수익률 상위 1%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이날 오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권에 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순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을 더 사기보다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 종목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전략이 읽힌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부터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19만 원을 단숨에 돌파했고,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90만 원 회복에도 매도 우위…하이닉스 차익실현 움직임

HBM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용 반도체에 필수적인 핵심 메모리로, 세대가 바뀔수록 적층 기술과 전력 효율, 처리 속도가 크게 개선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미세공정과 첨단 로직 공정을 결합해 성능 경쟁력을 끌어올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AI 서버 투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점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탑재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고부가 HBM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규모 증설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워 수급 균형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장중 90만 원선을 회복하며 여전히 강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고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물량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적 개선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단기 수익을 확정하려는 전략이 매도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또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의 리밸런싱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사업 구조가 다각화돼 있어 AI 확산 국면에서 수혜 범위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집중도가 높은 만큼 업황 변동에 따른 주가 탄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위험 대비 기대수익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수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이 일정 부분 시장 흐름을 읽는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그대로 추종하는 전략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업종은 글로벌 경기, 환율, 고객사 투자 계획 등 다양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관련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될 경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자금 이동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많이 오른 종목’이 아니라 향후 성장 지속성과 실적 가시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금이 재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90만 원선 회복에도 매도가 나온 SK하이닉스와, 신고가 영역에서도 매수가 이어진 삼성전자의 대비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향후 주가 흐름은 기술력과 수요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따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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