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익의 지방소멸리포트 3

어디가 살고 죽는가, 충청남도 편

충청남도 태안군 고남면에 위치한 ‘운여해변’ (출처: 한희종 인스타그램@llee_hann)


‘저세상 드립’이라는 충청도 사투리, 최근 젊은 층에서 충청도 사투리는 일종의 밈(meme : 대개 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의 하나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듯 쿠팡플레이는 1980년대 충청남도 부여군의 모습을 담은 <소년시대>라는 웹드라마를 공개했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를 준 남자를 찾아가 “니가 오늘 헌 짓은 말이여 꽃다운 18세 어린 소녀의 마음에 농약을 친 겨”라고 하는 장면이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때는 “내가 인자는 일종의 선언 같은 걸 할 것이여, 부여여상의 강선화는 내 꺼니께, 딴 놈들이 선화 너한테 흑심 같은 거 품었다가는 아주 그냥 죽음을 면치 못할 거라고 말이여”라고 느리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로맨틱하게 마음을 전하는 대목에서 왜 젊은 층들이 요즘 충청도 사투리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종익(주식회사 코드랩리얼티 대표이사)  | 자문 성호건(주식회사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이사)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1980년대 부여군의 모습은 꽤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1989년 부여군의 인구는 128,000명 가량으로 2023년 현재(61,100명)의 두 배가 넘는 큰 도시였기 때문이다. 약 3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부여군의 인구는 반토막 났다. 과연 부여의 미래, 나아가 충청남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5년 간 토지 거래 가장 많았던 지역은 어디일까

역시나 이번 칼럼을 쓰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지역은 바로 부여군과 아산시의 변화였다. <소년시대>의 주인공 정병태(임시완)는 아산에서 부여로 전학을 오는 인물인데, 그때의 두 도시와 현재의 두 도시를 비교해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부여군과 아산시의 토지거래 수는 상당 차이가 있었다. 아산시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토지거래가 많았던 지역 중의 하나였고 부여군의 토지거래 건수는 아산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이 충청남도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했을까. 

정답은 당진시였다. 당진시는 지난 5년간(2019년~2023년) 76,697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당진시의 토지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이유는 당진시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충청남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약 5km 길이의 서해대교를 건너면 평택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기에 수도권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당진시의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의 주소지 중 64%는 서울 및 충청남도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중의 상당수는 경기 도민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입자 중의 25%는 서울 시민이었고 이는 다른 충청남도 지역에 비해 꽤 높은 수치다. 

한편 2024년 10월에 개통하는 철도, 서해선이 당진시 합덕읍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진시의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 철도가 지나가는 바람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당진을 지나는 유일한 철도이기에 관심이 간다. 또한 당진시 송산면 일대에는 석문국가산업단지도 조성된다. 약 360만 평의 넓은 대지에 조성되는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인구가 당진시로 유입될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앞으로 기대가 되는 지역이다.

두 번째로 충청남도에서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소년시대>의 주인공 장병태(임시완)의 고향인 아산시다. 아산시 역시 당진시와 마찬가지로 북쪽으로 평택시와 접해 있어 많은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아산시는 1990년 아산시와 온양군이 통합된 이래 줄곧 인구가 증가해왔다. 통합 당시 인구는 약 16만 명 정도였는데 2023년 현재 약 34만 명에 이르니 거의 30여 년 동안 인구가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아산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대기업이 아산에 자리를 잡았고 신도시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의 공장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인구 유입이 있었다. 

세 번째로 충청남도에서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서산시였는데 서산시 역시 서울 시민들의 토지 매입이 다른 지역에 비해 꽤 높았다. 토지 매입자 5명 중 1명꼴로 서울 시민이었던 셈이다. 네 번째로 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공주시였다. 공주시는 동쪽으로 접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조금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면적은 세종시보다 두 배나 넓지만 인구는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할 때 공주시의 일부를 세종시에 내줘야 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공주시 자체가 소멸단계로 접어들자 세종시와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올해 총선을 계기로 공주시에 무엇인가 대대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다섯 번째로 거래가 많았던 충청남도 지역은 태안군이었다. 태안군은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 중의 하나이며 지난 2021년 보령해저터널(총길이 6,972m의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 개통하면서 이 일대 부동산들이 들썩였던 적이 있다. 기존에 90분에 달하던 보령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이동 거리가 10분대로 단축되면서 서해안 관광벨트가 더 길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보령시 원산도에는 대명리조트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그 인근으로 여러 토지가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많이 일어난 지역이 지가상승률도 높았을까

두 차례의 지방소멸리포트에서 살펴보았듯이 토지거래가 많이 일어났다고 지가 또한 반드시 상승했던 것은 아니었다. 충청남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토지거래 건수 기준으로 8위에 오른 천안시 서북구(토지거래 건수 : 31,342건)가 지가상승률 부분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서북구에는 쌍용지구, 두정지구, 천안산업단지, 아산신도시 일부 등이 위치하며 2008년 천안시에 신설된 이래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서북구에 이어 지가상승률 2위에 오른 곳은 아산시였는데 아산시는 토지거래량이 많으면서 지가 또한 많이 상승한 곳이다. 

세 번째로 지가가 많이 오른 곳은 천안시의 동남구(토지 거래 건수 : 37,953건)였다. 서북구가 같은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동남구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조금은 더뎠다. 천안의 구도심으로서 지난 2003년 시청사가 불당동으로 이전한 이후 급격한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천안시에서는 해당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속해서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충청남도 최초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기대를 하게 했다. 

네 번째로 지가가 많이 올랐던 지역은 공주시이고 다섯 번째는 서산시이다. 충청남도의 지가상승률이 앞서 살펴보았던 경기도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이고 강원도에 비해서도 다소 낮은 수치이다. 경기도의 경우 같은 기간 13% 이상이 평균적으로 상승했고 강원도의 경우는 8.1%, 충청남도의 경우 7.8% 상승했다.

가장 활기찬 동네는 어디일까

충청남도 지역에서 가장 활기찬 동네는 천안시 서북구(지방소멸지수 1.69)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천안시 서북구에는 여러 대기업, 산업단지 그리고 아산신도시 일부가 위치한 곳으로 젊은 층들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충청남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며 서북구가 만약 경기도에 있다 하더라도 2위(경기도 2위는 화성시 1.56)에 오를 정도로 상당히 젊은 곳이다. 다만 2019년부터 수치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두 번째로 충청남도에서 활기찬 동네는 아산시였다. 아산시의 지방소멸지수는 0.94 정도로 경기도에 있었다면 순위권에 들지 못했을 만한 수치다. 

세 번째로 지방소멸지수가 높은 곳은 계룡시였는데 이는 계룡시의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계룡시는 3군(육군, 해군, 공군)의 본부가 있는 곳이니만큼 전체 인구 중 군인과 군관계자들의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만큼 젊은 층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 번째로 젊은 도시는 천안시 동남구였으며 다섯 번째는 서산시였다. 

이와 반대로 충청남도에서 가장 지방소멸지수가 낮은 곳은 금산군, 부여군, 서천군, 청양군, 태안군이었다. 이곳들의 지방소멸지수는 0.2가 되지 않았는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세~39세 여성의 수보다 5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런 지역들은 지방소멸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충청지방정부연합, 지방소멸시대의 해결책이 될 것인가

2024년 7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일종의 지방정부연합으로 일종의 UN 같은 역할을 하는 각 지자체 상위 개념의 법인으로 ‘초광역 지방정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대구경북특별광역시, 경기남부연합, DMZ특별연합 등이 출범을 목표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실제로 가시화된 것은 충청지방정부연합이 유일하다. 앞으로 어떤 지자체들이 연합을 구성할지는 모르겠으나 충청지방정부연합이 첫 지방정부연합의 역사를 연다는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충청지방정부연합과 같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인다. 지방의 여러 지자체들에서 소멸 시계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놓인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힘을 합쳐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초밀접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지방소멸의 시대에 지방의 유일한 살 길이다. 

물론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이권이 걸려 있기에 이런 일종의 메가시티론이 추진되면서 여러 잡음도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며 충청지방정부연합도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충청도가 지방정부연합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충청지방정부연합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충청’지역을 위한 소신 있는 행보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자칫 당리당략이 충청권의 발전보다 우선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면 메가시티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충청지방정부연합을 통해 충청남도 내의 여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군 지역들의 위기 상황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소년시대>의 주인공 정병태 역을 맡았던 임시완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충청도의 힘은 은유에서 나온다. 문을 살살 닫으라는 말을 ‘그래가지고 문 부러지겠슈’라고 표현하는 충청도식 은유법은 다른 말보다 정말 효과적이고 각인이 쉽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단순히 충청도에 대한 입발림 차원에서의 인터뷰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영남과 호남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지방사회에서 어디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성장해 가고 있는 충청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충청도의 힘은 정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꽤 강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24년, 올해는 충청남도에 상당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메가시티의 첫 시험대가 될 충청지방정부연합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