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단속 법규를 위반하는 이들과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관리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상습위반자의 사고 위험이 일반운전자보다 2배 이상 높지만 면허 제재나 교육의무 등 사후조치는 여전히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상습 법규위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는 전체 교통법규 위반의 90% 이상이 무인단속으로 적발되는 현실에서 반복위반자 식별·분류 및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준영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전체 위반 중 93%가 무인단속으로 적발되지만 운전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벌점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며 "벌점과 면허 제재가 무력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약 8400만건의 교통단속 및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상습위반자를 '3년간 무인단속 7회 이상 적발된 운전자'로 정의하고 위반빈도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상습위반자는 전체 운전자의 5.3%에 불과했지만 사고발생 위험은 일반운전자의 2.3배, 사상자 발생 위험은 1.5배 수준이었다.
그는 "고위험군에게는 면허를 제한하고, 심리치료와 맞춤형 교육을 병행하는 다층적 제재 체계를 도입하면 연간 약 1100억원의 사고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벌점제도를 개선하고 무인단속으로 적발된 차량의 차주에게도 벌점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발표한 류준범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운전면허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고령운전자와 심신미약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연구원은 "현행 수시 적성검사는 결격사유가 발생해도 병원이나 가족의 통보가 없으면 운전이 가능한 구조"라며 "치매 판정을 받아도 면허취소까지 최대 10개월이 걸리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2종면허를 소지한 70세 미만 운전자에 대해서는 시력검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적성검사 대상 연령을 낮추고 수시검사 절차를 간소화하며 조건부 면허 제도를 확대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류 연구원은 국내 면허제도에 관해서도 "자신의 운전능력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면허지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 의무처럼 제도가 바뀌어도 교육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두 발표자는 "'단속강화'보다는 '식별과 관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속장비와 기술이 고도화되는 만큼 교통안전 정책 역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행정처분 체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국회교통안전포럼 부대표인 서범수 국민의 힘,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등이 주관했으며 손해보험협회 등이 후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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