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한 획’ 부가티… 새 역사 그린다[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2026년 출시 예정 모델 ‘투르비옹’ 이달 공개
V형 16기통 엔진, 3D프린팅 부품으로 새로움 더해
아날로그식 계기 등 브랜드만의 우아함은 그대로


새로 출발한 부가티는 2004년에 최고출력 1001마력을 내는 엔진을 얹은 ‘16.4 베이롱’으로 본격적인 ‘하이퍼 스포츠카’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어 2016년에는 처음으로 최고출력 1500마력의 벽을 깬 ‘시롱’으로 자동차 역사에 다시 새로운 장을 썼다.
2021년 폴크스바겐 그룹은 부가티를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독보적 고성능 전기 동력원 기술을 보유한 크로아티아 스포츠카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가 그 주인공이다. 리막 오토모빌리와 폴크스바겐 그룹 계열 포르셰는 공동 출자를 통해 부가티 리막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미래형 하이퍼 스포츠카의 새 시대를 열 새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결실이 6월 말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이름처럼 투르비옹은 이전과 다른 개념과 기술을 담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부가티 역사상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는 점이다. 부가티는 시스템을 이루는 핵심 구성 요소들, 즉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고전압 배터리 등을 새로 개발했다.
새 동력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가솔린 엔진이다. 투르비옹의 심장은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인 ‘코스워스’와 함께 개발한 새 V형 16기통 엔진이다. 그동안 부가티 차들은 폴크스바겐 그룹이 개발한 W형 16기통 엔진에 네 개의 터보차저를 더해 높은 출력을 끌어냈다. 새 엔진은 기통 수만 이전 모델과 같을 뿐 알파벳 V자처럼 양쪽으로 갈라진 실린더 블록 형태를 비롯해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최신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 뼈대와 인공지능(AI)으로 개발하고 3D프린팅으로 만든 서스펜션 부품,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전자식 제동 시스템 등 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새롭다. 그러나 부가티의 상징인 말굽 모양 그릴과 역사 속 명차들에서 영감을 얻은 투톤 차체 색, 기능과 미학의 조화를 표현한 차체 형태는 115년 브랜드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도어를 위로 들어 열면 눈에 들어오는 우아한 실내에서도 이전 모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세부 요소의 섬세함과 정교함은 전보다 더 깊이가 느껴진다. 특히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자리를 잡은 계기들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속 550㎞까지 표시된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에 놓인 크고 작은 아날로그식 계기들은 하나같이 정교하게 세공한 기계식 시계와 닮았다. 간결한 실내 분위기와 대비되는 모습이 돋보일 뿐 아니라 차 이름이 뜻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계기 외 나머지 실내 요소에 절제미를 최대한 표현하려는 노력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독특한 구조로 만든 스티어링 휠은 허공에 뜬 듯한 모습이다. 이리저리 돌려도 가운데에 있는 부가티 로고는 고정돼 있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감춰져 있다가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스포티한 형태의 시트도 실내를 이루는 곡면과 마치 하나가 된 듯한 분위기를 낸다. 모든 부분이 기능적이면서도 우아한 부가티만의 개성을 담고 있는 셈이다.
투르비옹 첫 구매자가 차를 받는 시기는 2026년이 될 예정이다. 부가티는 투르비옹을 250대 생산할 계획인데 지난 몇 년간 생산량을 되짚어 보면 2029년까지는 꾸준히 만들어질 듯하다. 가격은 380만 유로(약 57억 원)부터 시작하고 주문 내용에 따라 값은 더 오를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부가티의 역사를 경험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기꺼이 감당할 만한 투자일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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