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험無 '양신'의 소신발언, 누굴 위한 일침인가

한동훈 2023. 3.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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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을 한 번도 못 해보지는 않았다.

양준혁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이자 대한야구소프볼협회 이사이며 MBC스포츠+ 해설위원 이야기다.

양 위원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을 맹비난했다.

한국이 2점 앞선 7회초 호주 공격은 8번 하위타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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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이강철 감독이 선수교체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사실 감독을 한 번도 못 해보지는 않았다.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양신 팀'의 감독이다.

양준혁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이자 대한야구소프볼협회 이사이며 MBC스포츠+ 해설위원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양 위원으로 지칭한다.

양 위원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을 맹비난했다.

양 위원은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강철 감독이)감독으로서 수를 너무 못 뒀다. 대책 없는 투수 교체가 아쉬웠다. 악수만 뒀다"며 자신의 의견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아무리 지도자 경력이 없다지만 프로야구에서 18시즌이나 뛰었다는 선수 출신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 든다.

양 위원은 이강철 감독이 1차전인 호주전에 올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광현을 아꼈기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다.

김광현은 대표팀 1선발 카드다. 김광현을 썼다면 그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다시 말하면 김광현은 이기는 경기에 나와야 한다.

호주전에서 김광현이 나올 만한 타이밍은 7회초 뿐이었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7회초에 돌입할 때, 그리고 7회초 1사 2, 3루 위기에 몰렸을 때다.

만약에 마무리 고우석이 출전 가능했다면 김광현으로 7, 8회를 막고 고우석이 9회를 마무리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근육통 탓에 결장이 정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다음 중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는 무엇일까?

한국의 추가득점은 '만약'이니 가정하지 않는다. 한국이 2점 앞선 7회초 호주 공격은 8번 하위타순부터 시작한다.

1)김광현을 제외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투입해 7회를 막은 뒤, 김광현에게 2이닝을 맡긴다.

2)김광현에게 7~8회를 맡기고 남은 투수들을 쏟아 9회를 막는다.

3)김광현이 3이닝을 막아주길 기도한다.

7회초가 시작될 시점에서 2번, 3번은 위험한 도박이다. 김광현이 내려간 뒤 만에 하나 역전을 당한다면 호주전 승리도 잃고 일본전 선발투수도 잃는다.

단기전에서 총력전이라 함은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는 자세지 오늘 이기고 내일은 져도 된다는 게 아니다.

양 위원은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고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감독이었다면 김광현을 7회에 썼을 것이다. 김광현을 7회에 쓰고 혹여나 8~9회에 역전을 당하면 그 투수 탓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7회초 1사 2, 3루에 김원중이 아니라 김광현을 냈어야 했을까?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전문 구원투수가 낫다는 판단이 합리적이다.

경기 운영에 대해 비판한 양 위원의 말을 하나 하나 따지자면 끝도 없다. 백번 양보해서 양 위원의 의견이 전부 옳다고 쳐도 그의 신중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그를 지도자로 부르는 곳은 없어도 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양 위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권위가 담긴다. 아예 틀린 소리를 해도 '양준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 인해 설득력이 생긴다.

하물며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 대해 한 시대 그라운드를 함께 누빈 선배를 향해 감정이 섞인 거친 말을 쏟아낸 건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선수 생활을 해봐서 더욱 잘 알겠지만 외부에 밝히기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굳이 전술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밖에서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은 대회가 진행 중이다. 양 위원은 방송에서 자신은 선수들과 계속 얼굴을 봐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 비판은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 얼굴은 영원히 보지 않을 생각인지 궁금하다. 'KBO 레전드 양준혁'은 그냥 '인터넷 방송 BJ'가 아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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