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워진 노동시장, 美 ‘빅컷’은 실수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빅컷(금리 0.5%p 인하)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인하하는 한편, 함께 발표된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추가로 0.50%p 하향 의사도 밝혔다. 이 영향으로 미국 주식시장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기록했다.
빅컷 무색하게 만든 美 9월 고용지표
그런데 금리인하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연준의 빅컷이 정말 필요한 일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0월 4일 발표된 9월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24만4000명으로 시장 참여자의 예상(15만 명)을 크게 뛰어넘은 데다, 실업률도 4.1%로 시장 전망치(4.2%)를 밑돌았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특히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이 전월 대비 0.4% 오르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상승해 노동시장 침체는커녕 과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뿐 아니라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도 모두 2% 중반을 상회 중이다. 이 두 연방준비은행은 소매판매와 무역수지 등 매달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취합해 해당 분기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며, 정확성이 높아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현 경제지표로만 따진다면 미 연준의 경기 판단은 실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8월 초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주가 폭락 사태를 저지하려고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번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음에도 단행됐다는 점이다. 즉 금융시장의 혼란을 해소할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는 얘기다.
이 어색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올해 남은 11월,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미래 정책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미 연준은 자산가격 버블 위험을 제거하는 한편, "빅컷으로 노동시장 침체 위험을 해결했다"는 식의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11월에도 또 한 번의 빅컷이 이뤄진다면 이는 미래 재앙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의 잘못된 행보, 2000년 IT 버블 불러
2000년 정보기술(IT) 업종의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 투자자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앨런 그린스펀 총재가 이끄는 연준이 다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당시 그리스펀 총재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이후 3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해 금융시장을 회복시키면서 이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당시 S&P500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살펴보면 30배 이상 레벨에서 거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회계 조작이 힘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숫자가 이러했고,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PER은 100배를 넘어섰다.
물론 PER이 과거 평균 레벨에 비해 높은지 여부만 놓고 버블을 판정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들 실적이 안정적이고 투자자들의 도취가 없다면 금리인상 같은 충격에도 주식시장은 충분히 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초 금리인상이 단행되자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나스닥100 지수가 2002년 말까지 80% 이상 폭락했고 미국 주식시장이 버블이었음이 사후적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1년 말 미국 증시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PER에 도달했다가 폭락한 바 있으며,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다시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의 9월 빅컷은 또 한 번 버블 위험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큰 실수였다고 판단된다. 부디 올해 남은 2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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