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우유 찾아 이웃동네까지…밀크플레이션에 우는 카페 사장님들
“손님 줄까” 음료 가격 못올리고 ‘수입산 유제품’ 쓰기도
경기도 포천에서 20평 정도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24)씨는 최근 주변 우유 대리점이나 주변 마트를 돌며 싼 우유를 찾아보고 있다. 지난 16일 유제품을 납품받는 업체로부터 생크림 1리터(ℓ)에 1000원, 우유 1리터에 200원을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생크림은 3800원, 우유는 2000원이었는데, 올해 2차례 인상 이후 현재 우유는 2400원, 생크림은 5500원이 됐다. 장씨는 “플라스틱 컵 등 모든 원자재 값이 다 40%씩 오른 상황에서 한 달에 들어가는 유제품 값도 작년 70만원에서 110만원 정도로 올랐다”며 “동네에서 조금 먼 우유 납품 업체와 마트에 발품을 팔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매일 최저가 우유 검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우윳값이 인상되면서 빵·아이스크림·커피 등 우유를 재료로 쓰는 제품들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유 사용이 많은 카페, 빵집 등에서는 제품가격 인상을 최대한 보류하며 싼 우유를 찾아 직접 발품을 팔거나, 수입산으로 유제품을 변경하고, 생크림을 음료 위에 올려주던 제품을 빼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7일부터 흰 우유 1리터짜리 제품 출고가를 6.6% 올리는 등 우유 제품군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900㎖ 흰 우유 제품 출고가를 8.2%, 가공유 가격을 9.8% 올리는 등 우윳값을 평균 9% 인상했고, 남양유업도 같은 날부터 흰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8%, 가공유 제품은 평균 7% 올렸다.
서울 금천구의 한 카페 사장 김모(53)씨는 지난주 우유를 납품받던 대리점을 바꿨다. 그는 “기존 업체에서 우유를 150원, 생크림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해 부담이 너무 될 것 같아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물어 싸다는 우유 대리점을 찾아갔다”며 “그런데 변경한 업체도 다음 달부터 50원을 올리겠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성모(31)씨도 “우유만 300원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소라도 사다 키우고 싶을 지경”이라며 “어쩔 때보면 쿠팡이나, 카페 앞 식자재마트에서 1000원대 우유도 많아 매일 쿠팡, 쓱 같은 앱을 돌며 싼 우유를 검색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비싼 저지방 우유 메뉴를 없애거나, 유제품을 국산보다 값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 덴마크산 생크림으로 바꾸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선 다음 달부터 저지방 우유 메뉴를 없앨 예정이다. 이 카페 사장은 “찾는 손님들이 있어 조금 비싸더라도 저지방 우유를 들여놓고, 카페 맛을 위해 일반 서울우유보다 300~400원 비싼 ‘서울우유 나 100%’(프리미엄 우유)를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감당이 어렵다”며 “우윳값 외에도 재료 값이 너무 오르고, 주변에 저가 카페까지 많이 생겨 폐업을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도 “우윳값이 올라 서울우유를 쓰다 연세우유로 변경했다” “매번 들고 출근하기 무겁지만, 직접 싼 우유 찾아서 사 집으로 우유를 배송시킨다” “생크림을 덴마크산으로 바꿀 예정” “홈플러스 우유 최저가로 개당 1700원대에 산다” 등 우윳값 인상과 관련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대부분 음료에 들어가는 유제품이 인상됐지만,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끊길까 메뉴 가격 인상도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우유 가격이 한 차례 오르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바 있지만, 특히 동네 카페의 경우 고객들의 가격 저항 등이 커서 대부분 원가를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 일산의 한 카페에선 겨울 인기메뉴인 토피넛 라떼와 고구마 라떼의 가격만 이달 200원씩 인상했다. 이 카페 직원 신모(24)씨는 “모든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 가격을 인상하면 손님들이 불평할 수도 있어 일부 메뉴만 인상한 것”이라며 “음료 위에 휘핑크림을 추가했을 때 드는 추가 비용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릴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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