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해달라” 민변, 이태원 유가족들과 기자회견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이씨의 마지막 육성을 공개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육아일기장에 아들의 별명을 ‘효자’로 지어야겠다고 적을 정도로 착한 아들이 이제 곁에 없다”며 “저와 제 남편, 제 아들이 뽑은 대통령께서 참사를 막지 못하고도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했다.
이날 민변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은 희생자 158명 중 34명 이상의 유가족들이 모여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1시간 3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대표 발언자로 나선 유가족 6명을 비롯해 총 28명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이들은 참사 관련 설명과 공식적인 유가족 협의체 구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날 자리한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공부를 하러 왔다가 희생됐다”며 “아들이 외국인이라고 외면당하지 않도록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라고 가르쳐왔는데,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이날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는 지난 7일 이태원 현장을 찾아 딸에게 썼던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편지에서 “참사 다음날 너의 휴대전화에 가고 싶어하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을 전한 문자가 왔는데, 너무 안타까워 통곡을 했다”며 “이모부 꿈에 나타나 다시 태어나면 네가 먼저 엄마와 아빠를 알아본다고 했다고 하니, 꼭 다시 태어나 우리 만나자”고 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답 해달라. 한 말씀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유가족들은 통곡소리를 멈추지 못했고, 일부 유가족들은 영정 사진을 들고 있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희생자의 사진을 올려두고 있었다. 한 유가족은 “저희들을 대신 데려가고 저희 자식들을 살려 보내달라, 정말 부탁드린다”고 절규하다가, 급성 위경련을 호소하며 기자회견장 밖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유가족들은 또 최근 불거진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유가족들을 모아 공식적인 추모 공간 등을 마련하지 않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나서서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을 조사해, 추모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고 했다.
윤복남 민변 ‘10·29 참사 대응 TF’ 팀장은 “이 요구사항들은 유가족들이 최소한으로 마련한 것으로, 추후 더 많은 유가족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눈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민변은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상황에 대해 증거보전신청을 했고, 추후 수사 상황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법적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용 ‘구글 타임라인’, 돈 받았다 지목된 날 동선과 2㎞ 오류
- 통아저씨 가정사 고백… “친모, 시아버지 몹쓸 짓에 가출”
- ’허위 인터뷰 의혹’ 구속된 김만배, 법원에 보석 청구
- 롯데하이마트, 3분기 영업익 312억원 “5년 뒤 1000억원대 목표”
- 총선 불법 선거운동 혐의…박용철 강화군수, 첫 재판서 “선거운동은 아니다” 부인
- 평창서 사이드브레이크 풀린 레미콘에 치인 60대 숨져
- 규정속도보다 시속 80㎞이상 과속한 초과속 운전자 102명 적발
-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일요일(음력 10월 3일 辛未)
- [오늘의 운세] 11월 2일 토요일(음력 10월 2일 庚午)
- 813억 투자사기 후 잠적… ‘한국 아이돌 출신’ 태국女, 2년 만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