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전례가 없어 트럼프가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리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쿡이 2021년 미시간과주와 조지아주에서 모기지(주탁담보대출)를 신청하고 두 곳 모두 자신의 주거지로 기재해서 이득을 봤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빌 풀트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은 이와 같은 의혹과 관련해 미 법무부에 쿡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쿡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그가 기소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의혹이 이사직 사임 사유인 직무태만이나 불법 행위에 해당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쿡은 전날 밤 트럼프에게 자신을 해임할 권한이 없으며 직무 수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사인 애비 로웰은 “트럼프의 요구는 적절한 절차, 근거,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며 “그의 불법적 시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몇 달간 경제 부양을 위해 연준이 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해왔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빨리 인하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쿡이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7명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트럼프가 지명하는 인사가 총 4명으로 늘어나서 트럼프가 금리정책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가 1기 행정부에서 임명한 미셸 보먼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유일하게 지난달 금리동결에 대하며 금리인하를 주장한 바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최근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측근이자 경제 고문인 스티븐 미란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미란은 현재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1913년 연준 설립 이후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최근 수십년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해왔다. 콜롬비아대 로스쿨의 레브 메난드 교수는 특히 그 어떤 대통령도 연준 이사나 의장 해임을 시도하지 않았고 지난 100년간 부당 행위로 해임한 사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상당한 미지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움직임은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 연준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반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러에 따라 올해 들어 5차례 연속 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그러나 지난주 파월은 노동시장 위험을 언급하며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피터 콘티-브라운 금융 및 법률 교수는 “연준의 독립성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현직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통화정책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만약 이것이 관례가 된다면 우리가 아는 연준의 독립성은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되면 물가 압력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져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장기적으로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데이비드 윌콕스 이코노미스트는 “오늘은 중앙은행에 있어 어두운 날”이라며 “이는 미국 통화정책의 기초를 흔들 것이며 그 영향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전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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