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폭발부터 안방암살까지…이 공세에 헤즈볼라 '굴욕의 나날'

이신영 2024. 9.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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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보복 천명에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기' 대응
하마스-헤즈볼라 연대 끊고 북부 겨냥한 위협 제거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동시 폭발에 이은 레바논 남부 대공습, 수도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암살까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하루가 다르게 높여가고 있다.

헤즈볼라에는 속수무책으로 안보가 파멸 수준에 이른 굴욕적인 나날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데다 이란까지 개입하는 중동전쟁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에 국제사회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레바논 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르트 인근에서 전날 삐삐 폭발로 사망한 주민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가 폭발 위험 때문에 배터리를 제거한 무전기를 손에 들고 있다. 전날 레바논 곳곳에서 헤즈볼라 통신수단인 삐삐 수천대가 터진 데 이어 이날은 무전기가 폭발해 이틀한 40명 가까이 숨지고 3천여명이 다쳤다.

헤즈볼라 보복 다짐에도 쉴 새 없이 숨통 조이는 이스라엘

시작은 삐삐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통신 수단으로 주로 사용해온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공격 무기로 둔갑한 이번 사건은 레바논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8일에는 워키토키가 무더기로 터졌다.

이틀간 이어진 폭발로 사망자는 최소 37명, 부상자도 3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이 삐삐 제작부터 직접 관여해 최소 15년간 작전을 계획해왔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레바논의 일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번에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일상을 잠식했다.

헤즈볼라는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19일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 남부로 들어오라"며 공개적으로 보복을 공언했다.

그 말이 끝난 직후에 이스라엘 전투기는 레바논 남부 상공을 뒤덮었다.

전투기는 헤즈볼라의 다중로켓 발사대 등을 선제타격했고, 지상군은 레바논 남부의 무기 저장고 등을 공격했다.

나스랄라의 연설이 방송되는 때 수도 베이루트 상공에서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초음속 굉음을 내며 공포를 자아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이스라엘 북부 공격을 주도해온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사령관이 죽어나갔다.

이스라엘군은 수도 베이루트에서 표적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끄는 이브라힘 아킬을 살해했다.

헤즈볼라의 보복 천명에 힘으로 답변한 셈이다.

헤즈볼라도 19일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기는 했지만, 공격 수위 면에서는 아직 이스라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헤즈볼라가 보복을 선언하면서도 기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수많은 대원이 사상해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보복은 다짐했지만 당장 상당한 수준의 반격에 나서기에는 상황의 여의찮다는 의미다.

NYT는 이어 19일의 반격도 지난 11개월간 국경지대에서 이어져 온 공격 수준에 불과했다고도 짚었다.

이스라엘군 표적공습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주거용 건물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헤즈볼라 공세 차단 목적…무력 제압 수순에 전면전 가나

이스라엘이 그간 국지적인 갈등 수준에 머물러 온 헤즈볼라를 향해 이처럼 공격 강도를 현저히 높이고 나선 것은 무력 제압 수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NYT는 이스라엘이 위험한 전술을 들고나온 것은 헤즈볼라가 물러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헤즈볼라가 북부 공세를 거두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근저에 깔려있다고 짚었다.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발발 직후부터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왔는데 이런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군 장성 출신인 미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아사프 오리온은 FT에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연결을 끊고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에게 (이스라엘을 공격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삐삐 폭발 공격에 앞서 헤즈볼라와 교전으로 피란한 북부 국경지대 주민들의 귀향을 약속하며 전쟁 목표 확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어 그간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 주력으로 투입했던 정예 부대인 98사단을 북부 레바논 접경지대로 재배치하고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NYT는 헤즈볼라를 굴복시키기 위한 이스라엘의 이런 시도가 오히려 더 공격적인 대응을 유발해 고삐 풀린 지상전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아직은 헤즈볼라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고, 양측간 교전의 흐름을 바꿔놓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양측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국가 상당수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집을 떠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전쟁 단계에서 일련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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