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간첩법 개정해놓고 비자 면제…“중국 여행 조심하세요”

지난해 7월 개정된 반(反)간첩법…“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사진=뉴시스]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의 무비자 입국을 내년 연말까지 허용한 걸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섞인 반응이 나온다.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의 반간첩법이 자칫 한국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인이 반간첩 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된 사례까지 발생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중국인과 외국인의 왕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중국이 무비자 입국 적용 국가 범위를 확대한다”며 “2024년 11월 8일부터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한국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해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수교 이후 한국인에 대한 중국 방문 비자 면제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내년 연말까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및 경유를 목적으로 할 경우 중국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으며 최대 15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한국 국민의 중국행 단기비자 제한 조치를 해제한 이후 비자 면제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양국의 인적 교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인적 교류 확대가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법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 행위에 대한 적용 범위와 법 해석을 크게 확대하고 처벌도 강화했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기밀 정보와 국가안보 및 이익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를 간첩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 안보 및 이익’을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이 법을 활용할 여지가 넓어진 것이다.

간첩 행위 혐의자의 문서·데이터·자료·물품의 열람 및 수거 권한과 신체·물품·장소 검사의 권한이 법에 명시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의 의심을 받고 있는 개인과 조직은 공안이 협조를 요청할 경우 반드시 응해야 한다.

▲ 중국이 한국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7월 개정된 반(反)간첩법으로 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 ⓒ르데스크

이에 지난 6월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내 사용이 금지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할 경우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저장된 메시지 및 사진 등에도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불심검문을 당했을 때는 중국 측 법 집행인과의 언쟁을 삼갈 필요가 있다”며 “즉시 외교부 영사 콜센터 또는 주중대한민국 대사관이나 체류지역 총영사관에 알려 영사 조력을 받아 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 여행을 떠난 국내 여행객이 길을 지나가다 공안에게 붙잡혀 핸드폰 불시 검문을 당해도 순순히 응해야 한다. 이후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을 SNS에 공유한 것이 적발될 경우 중국 감옥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2년 전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로 비판한 현수막이 내걸린 적이 있다. 이를 사진 찍어 개인 SNS에 공유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외국인이라도 중국 당국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개정된 반간첩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지를 규정할 권한이 중국 당국에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 교민들 사이에서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반간첩법은 그간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 서방을 의식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받았지만 최근 중국은 한국인을 반도체 산업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반간첩법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이는 반간첩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발생한 일로 중국 당국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세한 범죄 혐의가 공개되지 않아 의문점을 더하고 있다.

조한승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비자로 풀리면서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단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중국 당국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는 만큼 관광객들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고, 특히 사업 관련으로 중국의 방문할 경우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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