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에 기업공개(IPO)는 대표적인 수익실현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거액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 뒤 상장사 지위를 반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상장 상태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블로터>는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선택한 기업들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기업용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기업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은 2019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4년간 볼트온(동종기업 추가 인수) 전략으로 외형을 키웠다. 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유관기업을 인수했고, 연결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해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비즈니스온을 매각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인수 직후 자진 상장폐지를 단행하고, 올해 초에는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하는 인적분할도 마쳤다. 사업별 가치 부각과 수익화 전략을 염두에 둔 구조정비다. 이에 의사결정에 대한 제약 없이 매각이나 재상장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 체제서 매출 3배…볼트온 전략 '효과'
2003년 설립된 비즈니스온은 전자세금계산서와 전자계약 등을 포함한 전자문서 유통 서비스를 주로 하는 업체다. 2013년 박혜린 바이오스마트그룹 회장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며 한 차례 손바뀜을 겪었다. 코스닥시장에는 2017년에 상장했다.
박 회장은 IPO를 거쳐 몸값이 오른 비즈니스온을 2019년 9월 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에 매각했다. 당시 프랙시스캐피탈은 730억원에 박 회장 측이 보유한 구주 전량을 매입했다. 동시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사들였다. 이듬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까지 거친 메자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며 46.51%의 지분을 확보했다.
프랙시스캐피탈 체제에서 비즈니스온의 외형은 크게 확장됐다.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2020년 전자계약 서비스 업체 글로싸인을 시작으로 데이터 분석기업 플랜잇파트너스, 재무 솔루션 업체 넛지파트너스, 인사관리 플랫폼 시프티 등을 차례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총 816억원이 투입됐다.
이 같은 행보에 힘입어 비즈니스온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 184억원에서 지난해 51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자세금계산서 중심의 기존 서비스는 전자계약, 회계·재무, 인사관리 등으로 확장됐고 고정매출도 늘었다. 이에 따라 단일 서비스에서 기업용 업무 솔루션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폐 후 분할…‘본업·지주’ 투트랙 체제 전환
지난해 9월에는 스카이레이크로 최대주주가 교체되며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았다. 스카이레이크는 구주 71.19%를 주당 1만6245원, 총 2609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끼리 바통을 주고받는 ‘세컨더리딜’이다.
스카이레이크는 자진상폐를 염두에 두고 공개매수에 나섰다. 주당 1만5849원에 일반주주 지분을 매입해 전체 지분의 95.41%를 확보했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서 12월 비즈니스온은 코스닥시장에서 공식 퇴장했다.
상폐 이후에는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올해 2월 비즈니스온은 인적분할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분리했다. 존속법인인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비롯한 본업을 이어가고, 신설법인인 블루웨일소프트웨어홀딩스가 자회사 지분을 보유·관리하는 투자사업을 맡는 형태다. 분할 이후 순자산 기준으로 신설법인이 전체의 67.4%를 차지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스카이레이크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형식상으로는 기존 회사를 둘로 쪼개 기존 주주가 양쪽 지분을 그대로 나눠 갖는 ‘스핀오프’에 해당하나, 사업별 구조를 정리한 뒤 일부를 떼어내 매각하거나 상장하는 ‘카브아웃’ 전략도 고려한 구조 정비라는 평가다.
자산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된 만큼, 향후 본업을 담당하는 사업회사는 재상장(IPO)을 추진할 수 있다. 또 자회사의 일부를 전략적 매각 대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상폐 이후 분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다 유연하게 구조재편과 수익화 전략을 구상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재는 본격적인 구조재편보다 실적 안정과 내실 강화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아직 초기 단계라 당장 분할 법인들의 활용방향이나 사업재편이 구체화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는 실적 추이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본업 안정과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당장 전략을 내세우기보다는 실적 안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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