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거실인데 가구가 조금씩 다릅니다. 딸이라고 하는데 얼굴이 바뀝니다. 관객도 주인공과 똑같이 혼란에 빠지도록 설계된 영화입니다.
기억이 어긋나는 노인
영화 '더 파더' 이야기입니다. 런던의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는 80대 노인 안소니는 자신이 완벽하게 일상을 꾸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사라졌다고 간병인을 의심하고, 딸이 이미 설명한 일을 몇 번이고 다시 묻습니다. 영화는 이 상황을 바깥에서 관찰하는 대신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보여 줍니다. 같은 공간의 가구가 조금씩 바뀌고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에, 관객도 무엇이 사실인지 끝까지 확신하지 못한 채 따라가게 됩니다. 설명을 생략한 채 체험하게 만드는 방식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주연 안소니 홉킨스는 이 작품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그는 오래전 다른 작품으로 같은 상을 받은 뒤 네 차례 더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고, 29년 만에 두 번째 트로피를 손에 넣었습니다. 시상식 전까지는 다른 배우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아 결과가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여러 비평가협회상에서도 연기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각색상까지 2관왕
같은 시상식에서 각색상도 함께 받아 이 작품은 2관왕에 올랐습니다. 원작은 같은 작가가 쓴 연극이고, 무대에서 쓰던 장치를 영화 문법으로 옮기는 과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서 여러 비평가협회상에서도 각색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올리비아 콜맨은 딸 역할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두 배우의 대화 장면이 영화의 중심을 지탱합니다.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방식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 자체입니다. 문을 열고 나갔다 들어오면 벽지가 달라져 있고, 앞 장면에서 들은 설명이 뒤에서 뒤집힙니다. 인지 능력이 흐려지는 경험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겪게 만드는 방식이라, 보는 내내 불안감이 이어집니다. 공간이 거의 한 아파트 안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답답함을 키웁니다.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것
마지막에 이르러 주인공이 내뱉는 짧은 대사가 이 영화 전체를 정리합니다. 많은 관객이 그 장면에서 무너졌다고 말했고, 가족 중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특히 크게 다가옵니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지만 밀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현재는 여러 OTT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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