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가성비'로 무장한 전기차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출시한 전기 SUV '크레타EV'가 3,000만 원 아래의 파격적인 가격에도 고성능 배터리와 첨단 편의사양을 갖추며 인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16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L)에 따르면 크레타(전기차 포함)는 올 1월 한 달간 1만 8,522대 판매를 기록하며 인도 시장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성과다. 이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크레타EV의 성공 비결은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데 있다. 현대차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첸나이 BSA 공장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며 원가를 대폭 낮췄다. 덕분에 출시 가격을 179만 9,000루피(약 2,900만 원)로 책정할 수 있었다. 이는 시장 예상가였던 200만~250만 루피보다 최소 1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성능도 인도 시장에 최적화했다. 두 가지 배터리 옵션(42kWh/51.4kWh)을 제공해 최대 473km 주행이 가능하며, 급속충전 시 58분 만에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이 잦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의 특성을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디자인과 첨단 기술도 아낌없이 투입했다. 픽셀 그릴과 LED 후미등, R17 에어로 알로이 휠 등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적용했고, 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제어하는 i-페달과 차량 전력을 외부로 공급하는 V2L 기능 등 최신 전기차 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은 이제 시작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5종을 추가로 출시하고, 485개 이상의 충전소 구축과 1만 개 이상의 충전소 정보 제공 등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인도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5,000대에서 지난해 9만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2년까지 연평균 22.4% 성장해 시장 규모가 1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인도 시장 성적표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판매량은 2022년 70만 대, 2023년 76만 대, 지난해 79만대로 3년 연속 신기록을 달성했다. 시장점유율도 20%로 스즈키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시장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13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타EV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청사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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