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을' ASML 주문량 반토막…반도체 쇼크에 다시 '5만 전자'

2024. 10.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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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이 올 3분기 시장 예상 절반에 불과한 주문량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6% 넘게 급락했다.

 ASML은 3분기 반도체 장비 주문이 시장 전망을 밑돈 것은 물론 내년 전망 역시 어두울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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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주문 감소에 ASML 16%↓
삼성전자 3거래일 만에 5만전자로
엔비디아·ADM도 급락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이 올 3분기 시장 예상 절반에 불과한 주문량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6% 넘게 급락했다. 1998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장비 예약 금액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여파다. ASML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한다. ASML 장비 주문 감소는 곧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투자와 생산을 줄인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 부문 이외의 반도체 시장 수요가 부진하다고 본 ASML은 내년 매출 전망도 낮췄다.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조절하고 있고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로 인해 ASML 장비의 중국 수출이 막힌 영향이다. 

ASML은 15일(현지시각)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20% 오른 74억7000만유로(약 11조원), 주당순이익은 약 31% 증가한 5.28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SML은 당초 16일 실적 발표 설명회와 함께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실수로 하루 전 ASML 웹사이트에 실적이 공개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ASML은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장 우려를 낳은 건 장비 수주액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ASML 3분기 장비 수주액은 26억 유로(약 3조8600억원)로 블룸버그 등 시장예상치 53억9000만 유로(약 8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년 매출 전망 역시 기존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앞서 발표한 내년 매출 가이던스 범위의 하위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ASML의 주요 고객이던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하면서 관련 장비 투자를 급격하게 줄인 것이 실적 쇼크에 결정타였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평택 파운드리 공장 일부 가동률을 낮추고 파운드리 라인을 메모리로 전환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섰다. 메모리 사업 역시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던 파운드리 공장은 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빅테크 등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며 사업이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수율 문제 등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주 물량이 없어서 설비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시장을 재편하겠다며 뛰어들었던 인텔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향후 자본 지출도 불투명하다. 

ASML은 3분기 반도체 장비 주문이 시장 전망을 밑돈 것은 물론 내년 전망 역시 어두울 것으로 판단했다. 크리스토프 포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 등) 다른 시장은 아직 회복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면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초점을 맞추느라 용량 추가가 제한적”이라 말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ASML 노광기의 중국 수출길이 제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내년 중국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회사의 주문 잔고에 나타난 비율과도 일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ASML은 매출의 49%가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내년엔 중국 비중이 절반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어두운 시장 전망에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내렸다. 최고점을 목전에 뒀던 엔비디아는 4.69% 하락했고 AMD 5.22%, 브로드컴은 3.47%, TSMC는 2.64%, 마이크론은 3.71%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8%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2.46% 떨어지며 3일 만에 5만전자로 회귀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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