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하메네이·핵도 제거하자” 심상찮은 이스라엘 기류
”정권 핵심ㆍ핵시설ㆍ원유 생산시설 등 전략 목표 타격해야” 주문
NYT 칼럼도 “지금은 확전해야 할 때”
1일 180여 기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가운데, 이제 반격에 나설 이스라엘의 대응 방안과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거나 신정(神政) 정권을 크게 약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이스라엘을 늘 위협하던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고,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원유생산ㆍ정유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진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에 “이란은 1~2주만 가동하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메네이 제거’는 물론,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별로 ‘타격감’이 없었으니, 이스라엘 정부는 ‘승리’를 주장하고 최대한 자제하라고 종용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이 “반격할 권리는 있지만, 비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지난 4월 이란의 300기 미사일ㆍ드론 공격에 대응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이스라엘은 핵시설이 있는 이란 이스파한 주의 나탄즈 주변 공항의 방공(防空)시스템 S-300 포대를 파괴하는 데서 그쳤다.
그러나 이 ‘절제된 대응’으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란은 계속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세력, 하마스를 내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판단이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보관리들은 “그때 이스라엘이 미국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다”라고 말한다고 뉴욕타임스는 2일 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이란이 역내(域內)에서 ‘대리인’으로 써먹었던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지도자부터 총사령관, 정예부대 수뇌부까지 제거된 상태다. 이란을 ‘과감하게’ 공격해도, 헤즈볼라ㆍ하마스로부터 협공을 받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란을 ‘얼마나 세게’ 치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주 간의 레바논 공격으로, 헤즈볼라가 이란에게서 받아 비축한 미사일과 로켓 12만~20만 기 중 절반가량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수뇌부가 제거되고 지휘 라인이 붕괴된 탓에, 나머지 미사일과 로켓을 이스라엘에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정권 교체나 근본적인 약화를 노리기에는 지금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고위 정보관리 “하메네이 제거 노려야”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대응은 유대교의 신년 축제인 나팔절(로슈 하샤나)이 끝나는 4일 저녁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리는 1일 예루살렘 포스트에 “반격은 전략적이고 신속해야 한다”며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이란 신정 정치의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배후에 있을 뿐 아니라, 바로 그가 핵으로 중동 지역을 흔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보복은 하메네이 제거와 핵 시설ㆍ미사일 제작 능력 파괴, 석유ㆍ가스ㆍ통신ㆍ금융 시설 등 이란 경제 인프라 파괴라는 3가지 중요한 목적을 지녀야 하며, 이란 정권의 약화를 우선적으로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영문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설립자 데이비드 호로비츠도 2일 칼럼에서 “반격은 이란 정권의 붕괴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능력이 급격히 쇠퇴한 지금,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념ㆍ영토적 야욕이 강하고 죽음을 숭배하는 이란 정권의 붕괴를 가속화해야 한다. 만약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보인 약점의 증거라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의 이란 관련 책임자였던 노먼 룰은 “이제 이스라엘은 기술ㆍ군사면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란의 어떠한 타깃도 강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의 핵시설은 지하 깊숙이 위치해, 미국의 지원 없이 완전히 파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의 전(前) 이란 전략 책임자였던 요엘 구잔스키는 “이스라엘의 보복은 이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레이더 기지 하나 파괴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며 “지금은 4월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NYT 칼럼 “당연히 이란에 확전해야 한다”
NYT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1일자에 “깡패 국가는 몽둥이에만 반응한다”며 핵시설 파괴 등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누군가 이란 핵시설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할 때이며, 그게 이스라엘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4월처럼 이스라엘에 ‘자제하라’고 조언한다면, 그건 실책”이라며 헤즈볼라가 이란으로부터 받은 로켓ㆍ미사일 9000기를 지난 11개월간 이스라엘에 쐈고, 이란이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에 대해 최근 구체적인 암살 계획도 세웠음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최소한 이스파한 주의 미사일 생산기지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하고, 이란 경제가 의존하는 페르시아만의 카그(Kharg)섬 정유시설ㆍ원유 수출 터미널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은 ‘멍청한 짓’이라고 했던 미사일 방어에 막대하게 투자해 수천 명을 살렸고, 세간의 지혜와 달리 헤즈볼라 지도부를 참수했고 가자 지구의 하마스 세력을 꺾었다”며 “전쟁은 한번 시작하면, 분명한 승리를 목표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스는 “미국은 지난 수년간 이 점을 애써 무시했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썼다.
◇이스라엘서 되살아난 선제ㆍ예방 공격 독트린
이란은 숫자상의 전력과는 다르게,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1일 탄도미사일 공격에선, 상당수 미사일이 발사 단계 또는 비행 도중에 실패했다. 미 정보기관의 분석으로는, 4월 공격 때보다도 발사 실패율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역내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ㆍ후티 반군세력ㆍ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공격하지도 못했다. 이미 대리 세력의 통신 시스템이 이스라엘에 해킹된 탓에,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은 지난 40여 년간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앞세우고 자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대리전, 그림자 전쟁을 전개했다. 이란은 어떻게 해서든 이 구(舊)질서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무력화(無力化)하면서 그동안 ‘방어’ 위주였던 전략에서 이란을 최대한 압박하는 ‘공세’로 옮겨갈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의 기회를 맞았다.
또 미국 대선(11월 5일)까지는 약 5주가 남았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과도한 보복’을 해도,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공화당 진영이 이를 반대할 리가 없고 민주당도 이 중요한 시기에 이스라엘을 비판하거나 자극할 여유가 없다. 나토의 전 최고사령관이었던 웨슬리 K 클라크는 CNN 방송에 “이스라엘은 (바이든의 경고와는 반대로) 최대한 과도하게 대응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면 구긴 이란, ‘전면전’ 원치 않아
이란은 외형적 군사 규모와 상관없이, 결코 이스라엘과 전쟁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급기야 이스라엘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헤즈볼라를 무너뜨리는데도, 애매하게 시간만 끌다가 수모만 겪었다.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란은 또 네타냐후 정부가 이란 지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 이란과 시아파 이슬람 전문가인 오리 골드버그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란은 지금 이스라엘을, 깨지기 쉬운 도자기 가게에 난입한 황소로 본다”고 말했다.
딕 체이니 전 미국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해너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도로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마주 보는 사슴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올인’했다가는 이스라엘의 대량 보복을 받는 타깃이 된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보복하지 않으면 그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처지가 된다. 해너는 “이란으로선 어떻게든 체면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기엔 치명적인 위험도는 크고 보상은 너무 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보복 후, 이란의 대응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영공을 제공하는 제3국은 합법적인 타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해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에 미군 4만 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오만에 이르기까지 아라비아 반도에는 여러 미군 기지들이 있다.
BBC 방송은 이란혁명수비대 해군이 수많은 드론과 보트를 떼로 보내면, 걸프에 위치한 미 해군 5함대의 전함 한 척은 압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수많은 기뢰를 깔면, 전세계 1일 원유 물동량의 20%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이란은 또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 300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에 하마스 지도자 폭살 등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스라엘이 도발하지 않으면, 이란의 ‘보복’은 멈출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큰 실수 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 BBC 방송은 이란은 미국에 대한 ‘경고’ 도박이 먹히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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