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의협 회장 "과오 만회할 기회 달라" 사과문

임현택 의협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작성·게재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면담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막말 논란 등으로 취임 반년 만에 탄핵 위기를 맞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며 사과문을 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삭제했다.

임 회장은 30일 오후 대회원 서신을 통해 "저의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발의돼 회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적었다.

이어 "무엇보다도 엄중한 상황에 제 개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며 "때때로 회원들과 전공의들, 의대생들이 보는 피해와 불이익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친 언행을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저의 잘못을 가벼이 여기고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회원 여러분께서 부여하신 회장 임기 동안 과오를 만회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간청했다.

또 "전쟁에서 '적전분열'은 필패의 원인"이라며 "탄핵은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과 혼란만 가중하고 우리 스스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불신임안 상정이라는 회초리를 맞으면서 저와 집행부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하겠다"며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고, 신뢰받는 리더십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임 회장은 최근 막말과 돌출 행동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같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 듣는 것도 지친다"며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대한조현병학회에 대해서도 "특정 병명을 악의적으로 사용해 낙인을 영속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을 비방한 시도의사회 이사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 원을 가져오라고 하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는 내달 10일 임 회장의 불신임 안건을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