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OK,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세컨드 웨이브'
서브컬쳐풍 팀 기반 슈팅 MOBA, '세컨드 웨이브'가 지난 5월 31일 얼리액세스를 시작했다. 지난 2022년 7월 이터널 리턴의 콘솔판을 개발하던 타무라 코지 PD가 챌린저스 게임즈를 설립하고 개발에 들어간지 약 2년 만이다.
'세컨드 웨이브'는 그간 두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서 카툰렌더링 기반의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 6 대 6 구도를 넘어서 삼파전과 3vs3vs3vs3까지 다양한 재미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 비전을 이제 테스트가 아닌, '실전'에서 입증해나가는 마지막 관문에 들어선 셈이다.
최초 공개 당시부터 MOBA라는 단어를 내세운 만큼, 처음 들어와서 캐릭터를 보자마자 MOBA 장르의 게임을 해본 유저들 사이에선 친숙한 역할 분류가 눈에 띈다. 얼리액세스 단계인 현재는 총 6개의 역할군 17명의 캐릭터들이 마련되어있다. 각 역할군을 살펴보면총기류로 원거리에서 싸우는 '원거리 딜러', 전방에서 적을 저지하는 '탱커', 범위형 속성 공격을 사용하는 '마법사', 상대방의 뒤로 진입해서 싸우는 '암살자', 각종 버프와 힐로 아군을 보조하는 '서포터', 그리고 근접 공격에 집중한 '전사'까지, MOBA 장르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분류가 되어있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영웅들이 아르만티아 대륙에서 모든 기술을 활용할 때 쓰이는 정수인 '아케인스톤'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 뛰어든다는 것이 '세컨드 웨이브'의 설정이다. 아직 정식 빌드가 아닌 만큼 스토리에 대한 파트는 간단하게 언급될 뿐이고, 게임 내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서 유저들끼리 직접 그 치열한 전장을 체감하게끔 했다.
아이템 외에는 '오버워치' 같은 팀 기반 슈팅 게임의 모습이 더 눈에 띄기 때문에 개발사가 MOBA라는 단어를 내세운 것이 조금은 낯설기는 하다. 그러나 플레이 중 획득한 골드로 아이템을 모으고 각기 개성 있는 영웅들이 합을 맞춰 전투를 벌이는 MOBA의 기본 메커니즘으로 살펴보면 '세컨드 웨이브'는 나름의 기본기가 보인다.
대치 국면이 끝난 뒤부터는 점령지로 이어지는 다양한 루트를 장악하거나,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팀 기반 슈팅의 묘미가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영웅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빠르고, 대다수가 대시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가 곳곳에 짚라인까지 배치되어있어 빠른 페이즈로 쉴 새 없이 전투가 전개됐다.
그렇게 교전이 이어지는 사이에 지원군이 우회해서 뒤를 치거나 여러 개의 거점 중 비어있는 곳을 점령하는 기동전 양상도 종종 보였다. 때로는 직업군에 따라 옥상에서 저격을 하는 등 돌파구를 찾는 전술적인 움직임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궁극기도 전황에 상관 없이 대부분 1분 내로 사용할 수 있어 어찌저찌 합을 맞춰서 역전을 노리는 트라이도 몇 차례 나오곤 했다.
우선 '세컨드 웨이브'는 MOBA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이 부분을 구축하는 것에 힘쓴 나머지, '팀 기반 슈팅'으로서 갖춰야 할 기능의 밸런스가 아쉬웠다. 통상 이런 장르에서는 누가 자기를 죽였는지, 어떻게 당했나 확인할 수 있는 '킬캠'이나 아군의 시야를 공유해서 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뒷받침된다. 그러나 세컨드 웨이브에서는 죽으면 그 자리에 놓인 자기 시체와 그 주변만 볼 수 있었다.
물론 리스폰 시간이 7초로 짧다 보니 둘 다 구현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7초가 킬캠을 확인하거나 아군의 전황을 보면서 능동적으로 보내는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어찌 보면 사소한 디테일이겠지만, 초반에 자주 죽어본 입장에서는 초보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고민으로 보였다.
또한 슈팅 액션 게임으로서 타격감도 좀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캐릭터의 동작은 조금 어설퍼도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뻗는 느낌이지만, 그에 비해서 피격음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피격 반응은 조금 작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 방향에서 맞고 있는지 보고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다소 조심스럽게 적용됐다. 아직 얼리액세스 단계라고 감안해서 모션이 어색한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지만, 궁극기나 강한 공격이 들어왔을 때 그만한 '임팩트'를 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피격당할 때뿐만 아니라, 사용할 때도 뭔가 전장의 치열한 양상에 비교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빠른 페이즈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정보가 전해지고 있는데, 청각적으로 만족하지 않으니 언밸런스하다고 할까. 하다못해 사운드와 이펙트라도 좀 더 과장을 섞어서 크게, 세게 표현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개발사도 캐릭터 및 아이템 패치로 1차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모양새긴 하다. 그렇지만 누수가 난 것을 그때그때 고치는 것을 넘어, 뼈대에 살을 덧붙이는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무료로 처음 접할 수 있는 F2P 모델이었다면 소위 '찍먹'의 부담감이 적지만, '세컨드 웨이브'는 게임을 구매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진입장벽이 세워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저풀과 매칭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까지, '세컨드 웨이브'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은 많은 상황이다. 삼파전에 3vs3vs3vs3까지 다양한 모드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시도는 좋았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점령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매칭 시간이 길거나 혹은 잡히지 않아서 점령전으로 결국 매칭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 역경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선택과 역량의 집중이 '세컨드 웨이브'가 정식 출시라는 다음 목표로 넘어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