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APEC 일정 마치고 귀국…'경제안보 이슈 주도, 北 도발 규탄'
다자외교 무대서 정상들과 잇단 만남…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방콕=뉴스1) 윤수희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박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0일 오전 귀국했다.
이번 태국 방문에서 한 총리는 APEC 내에서 △공급망 강화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등 경제안보 이슈를 부각했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 주요국들과 함께 기자회견 및 회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데 동참했다.
◇北 미사일 발사에 긴밀 대응…"도발 즉각 중단하라"
한 총리는 APEC 정상회의 첫째날인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상·정상급 인사들과 긴급 기자회견 및 6자 회담을 가졌다.
낮 12시30분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해리스 부통령을 수행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요청으로 긴급 성사됐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은 모든 종류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정상들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의 후안무치한 위반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국제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라 규탄하면서 북한의 도발 중지를 촉구하고,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일치된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전례없이 심각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자, APEC이라는 다자외교 무대를 계기로 정상들이 단호하고 하나된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주요 회원국들이 순발력과 대응력을 발휘해 긴급하게 공동기자회견 및 비공개 회의를 가진 것은 APEC이 다자플랫폼으로서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APEC 회의서 공급망·기후 변화·디지털 전환 등 이슈 주도
이번 APEC 회의에서 채택된 정상선언에는 한 총리의 제안으로 APEC 차원의 공급망 안전성 및 탄력성 강화 노력 문안이 추가됐다.
정상선언문에 "우리는 개방적이고 안전하며 탄력적인 공급망을 육성하고, 공급망 연결성을 강화하며, 공급망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한 총리는 지속가능한 무역 및 투자 방안으로 APEC이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해야 하며, 특히 분쟁해결 절차의 조속한 복원과 디지털 규범 협상 진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은 역내 자유무역지대(FTAAP)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협상 역량 강화를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한 총리가 공급망 강화뿐 아니라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등 경제안보 이슈 논의를 부각시켰다는 점을 APEC 순방의 성과로 꼽는다.
우리 정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60%를 차지하는 APEC 국가들의 저탄소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각료회의 등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및 원칙을 담은 대한민국의 '뉴욕구상'을 소개하고, APEC 협력과의 접목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APEC 창설 주도국으로 APEC 협력이 계속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내년 APEC 신의제 발굴 및 활성화 방안 논의를 위한 국제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2025년 의장국 수임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시진핑, 빈 살만…다자외교 무대서 '종횡무진'
정부에 따르면 한 총리는 뉴질랜드, 페루, 파푸아뉴기니 등과의 양자회담은 물론 정상회의 도중 다양한 계기를 활용, 정상들과 직접 만나 경제안보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커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이 참석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는 정상회의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기자회견 등 다수의 기회를 통해 한·미·일 동맹을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한국을 방문한 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한국과 태국에서 연이어 만나기도 했다.
양자회담에도 적극 나섰다. 한 총리는 태국에 도착한 첫날인 17일, 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은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와 만나 잇단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공감대를 이루고, 양국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태평양 도서 국가와의 경제·안보 협력체인 '푸른 태평양 동반자'(Partners in the Blue Pacific) 협력과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에 참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사를 밝히고 뉴질랜드의 협력도 요청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제임스 마라페(James Marape) 파푸아뉴기니 총리 및 페루 부통령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실질협력, 2030 부산 세계박람회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 총리와 마라페 총리는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진전시켜 가고 있음을 평가했고, 에너지, 해양수산, 인프라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는 내년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페루와 건설, 인프라,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양자회담은 2015년 APEC 정상회의(필리핀) 양국 정상 간 양자회담 이후, 7년 만의 양국 정상급 인사 간 대면 만남이다.
이와 함께 한 총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여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정상들을 직접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21개 회원국 중 BIE 회원국은 14개국에 달한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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