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리해고, 내부 "노조탄압·매각 목적"
부양가족 적은 국장급 이상 11명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키로
스포츠서울이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11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부양가족이 적은 국장급 이상으로, 이미 한 달 전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이들이다. 앞서 스포츠서울은 2021년 한 차례 대규모 인원 감축을 시도한 바 있는데, 3년 만에 또다시 정리해고에 나서며 조직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이다. 스포츠서울은 왜 이렇게 잦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일까. 시작은 김상혁 서울STV 회장이 스포츠서울을 인수한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포츠서울은 경영진의 전횡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다. 2004년 코스닥 상장과 함께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된 스포츠서울은 십수 년에 걸쳐 임원들의 배임·횡령으로 주식 거래정지 등 비정상적인 일이 반복됐다. 특히 2019년 회계감사에서 상장폐지 사유인 ‘의견거절’을 받은 스포츠서울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때 등장한 것이 서울신문STV 컨소시엄이다. 서울신문STV 컨소시엄은 2020년 5월 105억원에 스포츠서울을 인수했고, 4개월 만인 9월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했다.
김상혁 회장은 인수 당시 직원들의 5년 고용보장을 약정하며 “회사가 적자를 벗어날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사람을 자르는 것이지만 난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스포츠서울을 운영해 왔던 대주주들과 달리 난 기업사냥꾼이 아니다”라고 말해 구성원들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인수 1년이 채 안 된 2021년 3월,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인원 30% 감축과 임금 삭감을 예고했다. 이미 두 차례 희망퇴직으로 100명이 넘던 직원 수가 73명으로 줄어든 때였다. 스포츠서울은 그해 6월 편집국장과 노조위원장 등 모두 14명을 거리로 내쫓았다. 노조가 임금 삭감을 포함, 무급 순환 휴직까지 제안했음에도 소용없었다.
노조의 모든 제안이 거절당하면서 구성원들은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 인원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당시 회사는 2020년 말 서울 문래동 사옥을 매각하며 67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구성원들은 긴박하게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투쟁에 돌입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 결과 서울지노위가 구제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해고 131일 만에 복직이 이뤄졌다. 해고 이후 자체 기사 비율이 줄어들고 광고성 기사가 늘어나면서 네이버 콘텐츠 제휴 매체(CP사)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도 사측이 전향적인 조치에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2022년 4월 스포츠서울이 상장 폐지되고 경영 상황이 점차 어려워진 이후엔 업계에 스포츠서울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호반건설 계열사 서울미디어홀딩스를 중심으로 인수가 적극 추진됐고, 한때 서울신문 국·실장 회의에서 8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매각 대금이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법률 검토 및 실사 결과 호반그룹은 3월 말 스포츠서울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이 무산되자 스포츠서울은 5월 초 회사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공시했다. ‘주식회사 스포츠서울’에서 핵심사업인 신문 사업부를 분할, ‘스포츠서울신문 주식회사’를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내부에선 회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고연차 기자를 수월하게 구조조정 해 자회사를 쉽게 매각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의심은 들어맞았다. 스포츠서울은 7월 말 인력의 3분의 1가량인 18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구성원들에게 통보했다. 편집국의 경우 부양가족과 임금, 근속연수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고 8월 말 대상자에 해고 예고를 통보했다. 그 사이 3명의 희망퇴직자와 1명의 이직자가 나오고, 회사가 3명을 더 구제하기로 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자 8명, 업무직 3명이 9월30일 정리해고됐다.
정리해고자 대부분은 이번에도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다만 2021년에 이어 또다시 진행된 구조조정에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투쟁 동력도 예전만 못하다.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정리해고자가 된 황철훈 스포츠서울 노조위원장은 “2021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당시에도 회사가 적자였고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절차상의 문제가 너무 많아 사측이 진 것”이라며 “이번에도 3분의 1 무급휴직으로 정리해고와 똑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회사가 거절했다. 사실상 수월한 매각을 위해 사람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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