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리스트가 사랑하는 자전거 브랜드 ②

사진=월간 아웃도어

메리다 MERIDA
메리다는 설립자 아이크 챙이 미국 여행 중 어느 자전거 판매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포스터에서 시작되었다. 그 포스터에는 ‘품질불량 대만 자전거, 수리 불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아이크 챙은 세계 최고 품질의 자전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1972년 메리다를 설립했다.
‘열정과 용기로 달린다’라는 브랜드 정신을 바탕으로 고성능의 자전거를 만들고자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해온 메리다는 세계적인 자전거 업체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메리다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의 기술력과 대만 생산라인의 결합이다. 메리다의 정교한 기술력은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명차 브랜드의 본거지인 슈투트가르트의 연구개발 센터에서 비롯된다. 메리다는 독일의 숙련된 개발진과 대만 최고의 생산기술이 조합된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탁월한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일의 R&D팀은 제품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정기적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좋은 소재와 획기적인 기술력을 접목시키는 점은 메리다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 메리다는 제조공정에서 로봇 용접기술을 적용, 수공 제작 프레임보다 강도와 저항성이 우수하며 컴퓨터 제어를 통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마그네슘 프레임과 LRS 시스템, 샷건 튜빙 등의 독창적인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혹독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필드 테스트를 통과한 상품만을 선보이는 엄격한 제품 관리 또한 메리다 성공의 주요 요인이다.

BMC
1986년 미국인 밥 비글로우가 스위스의 작은 차고에서 Bigelow's Mounting Company를 설립하며 BMC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94년 Bicycle Manufacturing Company로 사명을 바꾼 이후 밥 비게로는 자전거 조립에서 생산으로 사업을 전환한다. 초창기 BMC의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 보청기 회사의 소유주 앤디 리스Andy Rihs가 회사를 인수한 후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했고, 브랜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로드 사이클링의 열렬한 팬이었던 앤디 리스는 로드바이크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으며, 정밀 엔지니어링을 추구하며 ‘레이싱 바이크의 포르쉐’를 만들겠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2002년 BMC는 대표 모델 팀머신을 출시했으며, 2003년부터는 해외 진출을 시작한다. 2007년에는 BMC 최초의 MTB인 Fourstroke를 론칭했고, 2016년에는 엔듀런스 로드인 로드머신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한다. 제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BMC는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직접 레이싱 팀을 설립한다. 팀은 2010년 유명 선수들을 영입했으며, 1년 후 케델 에반스가 BMC를 타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기에 이른다. 이후에도 수많은 선수들의 선택을 받은 BMC는 선수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지속적으로 들어올린다.
2020년에는 BMC는 독일의 공장에서 하나의 몰드에 장인들이 직접 카본을 적층하는 원피스 방식으로 제조한 최상위 라인업 Mpc.를 선보이며 전 세계 사이클리스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비앙키 Bianchi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자전거 브랜드 비앙키. 130년 이상 지속된 비앙키의 유산은 1885년 밀라노에서 에도아르도 비앙키Edoardo Bianchi에 의해 시작됐다. 혁신적인 자전거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은 비앙키는 짧은 시간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비앙키는 당시에 일반적이던 하이휠 자전거 대신 앞뒤 바퀴 크기가 비슷하고 체인으로 뒷바퀴를 구동하는 세이프티 방식 자전거에 주목해 1888년 던롭이 개발한 공기주입식 타이어를 접목한 자전거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에도아르도 비앙키의 열정은 이탈리아 국왕과 여왕에게까지 알려졌고, 왕실에 공식적으로 자전거를 공급하기에 이른다. 1907년 4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Società Anonima Edoardo Bianchi라는 주식회사로 변모한 비앙키는 더 나은 자전거를 제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발하며 혁신을 거듭했다.
자전거 브랜드로 널린 알려지려면 레이스 우승만한 것이 없다. 비앙키는 이탈리아의 사이클 스타 콘스탄테 지라르뎅고를 후원했으며, 그는 이탈리아 챔피언의 자리에 7번 오르고,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2번이나 우승한다. 비앙키 사이클링 팀에서 활약한 안젤로 파우스토 코피는 비앙카의 명성을 확실하게 알리는 계기가 된다. 1953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물론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네 번의 우승, 뚜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 이탈리아 챔피언십에서 세 번의 우승 등 엄청난 기록을 세운다.
에도아르도 비앙키는 제품을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앙키는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얻은 감각과 피드백을 최대한 활용해 모든 자전거를 철저히 개선하고 테스트한다.

피나렐로 PINARELLO
프로 사이클리스트 조반니 피나렐로가 은퇴 후 1952년 차린 작은 자전거점이 피나렐로의 시작이다. 선수 생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전거 개발에 몰두한 그는 1960년 피나렐로 자전거를 프로팀에 제공했으며, 75년 지로 디탈리아에서 첫 우승을 이뤄냈다. 조반니 피나렐로는 ‘최고의 운동선수들과 협력하는 것이 최고의 자전거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자전거를 개발했으며, 그 결과 여러 투어와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피나렐로의 자전거를 탄 선수들이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다.
1980년대는 피나렐로에게 흥미진진한 시기였다. 바타글린이 1981년 두 번째 지로 디탈리아 타이틀을 안겨주었고, 미국인 사이클리스트 알렉시 그리월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84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또 페드로 델가도는 피나렐로를 타고 1988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다.
1988년 피나렐로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조반니 피나렐로의 아들 파우스토 피나렐로가 유산을 이어받은 것. 2대 경영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와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곡선을 그리는 온다 포크, 도그마로 상징되는 비대칭 구조가 파우스트의 아이디어였다.
엔지니어 마르코 지아치의 영입으로 피나렐로는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속도를 위해 탄소 섬유를 지속적으로 실험한 그는 피나렐로 에스파다를 제작했고, 당시 투르 드 프랑스에서 4회 우승한 미구엘 인두라인은 이 자전거로 1994년에 세계 타임 트라이얼 기록을 세웠으며, 1년 후 5번째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한다.
속도는 피나렐로의 전부이다. 오늘날까지도 민첩하지만 안정적이고, 공기 역학적이며 혁신적이고, 가볍고 코너링이 뛰어난 레이싱 자전거를 제작하는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콜나고 COLNAGO
에르네스토 콜나고가 1952년 설립한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 콜라고. 에르네스토 콜라고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을 만큼 자전거를 사랑하는 인물로 10대 시절 글로리아 바이시클에서의 견습생으로 일한 후 사이클링 팀의 선수로 활동하며 자전거에 대해 배워나갔다. 이후 자신의 공방을 설립한 그는 사이클 선수들을 위한 자전거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13세 때부터 글로리아 바이시클의 용접공으로 일하며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프레임 제조 기술이 탁월했던 콜나고는 성능 좋은 자전거를 완성시켰고, 그의 명성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1960년 이탈리아 트랙 국가대표팀의 루이지 아리엔티는 콜나고의 트랙 바이크를 타고 로마 올림픽 팀 퍼슛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하며 콜나고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 에르네스토 콜나고는 1963년에는 MOLTENI 팀 전속 미케닉으로 활동하며 전설적인 선수 에디 맥스의 자전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1970년에는 미켈레 단첼리 선수가 콜나고를 타고 밀란-산레모 레이스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거두었으며, 이때부터 승리를 상징하는 클로버 모양 로고를 사용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2년 콜나고의 후원을 받던 델 통고 팀에는 이탈리아의 영웅 주세페 사로니가 있었다. 그는 1979, 83년 두 번의 지로 디탈리아 종합우승을 기록했으며, 82년 영국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다. 이후에도 수많은 프로팀에 후원을 이어간 콜나고는 스틸부터 티타늄, 알루미늄, 카본 등 다양한 소재를 자전거 제조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카본 기술 개발을 위해 페라리와 협업을 진행하며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어낸다.

캐니언 CANYON
자전거 개발부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이 본사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자전거 브랜드 캐니언은 중간 유통 단계나 대리점을 거치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자전거를 선보이는 독일 자전거 브랜드다.
1985년 로만 아놀드에 의해 파란색 트레일러에서 시작된 캐니언은 첫 매장을 오픈하며 자전거 산업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자전거용 부품 공급업체로 시작했지만, 96년 캐니언 브랜드를 론칭하며 첫 산악자전거를 출시했고, 제조업체로 발돋움해 인터넷을 통한 판매 전략을 채택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자 캐니언은 사업이 확장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로만 아놀드는 라이더와 자전거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관계에 집중했고, 최고의 자전거를 꾸준히 제공했다.
캐니언의 온라인 판매 전략은 초창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딛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라이더가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PPS(Perfect Position System) 도구를 개발했으며, 30일 반품 정책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캐니언은 2023년 독일 코블렌츠 본사에 연구를 위한 랩을 열어 제품 개발 방식에 변화를 추구했다. 새로운 디자인 및 개발 시설은 캐니언의 자전거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이 핵심으로 브랜드가 보유한 300개 이상의 제품 디자인 특허를 늘리고, 더 나은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