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만 긴축재정, 누굴 위한 걸까[취재 후]

2022. 11.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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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트릴레마에 대해) 솔직하게 어려움을 인정하고 국민과 논의를 거쳐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광호 기자
지난 11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공청회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한 말이다. ‘재정의 트릴레마’는 높은 복지 수준과 낮은 조세부담률·국가채무비율이 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을 일컫는다. 윤석열 정부가 복지를 늘리면서 동시에 부채와 세금을 낮추겠다는 것은 상호 모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밀고 가지 말고 국민 동의를 구해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가 심의 중인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규모는 639조원. 올해 정부지출과 비교하면 2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포함해 40조5000억원 줄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 가계부채와 11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장부를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건전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안전망 예산도 늘렸다고 강조했다. 낭비성 예산을 줄이기 위한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역대 최대인 24조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 경쟁력 강화와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며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복지 지출이 늘고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데 건전재정 실현이 가능할까. 복지 지출 중에서도 기초생활보장급여와 같은 법적 의무지출은 고령화 추세로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여서 감액이 어렵다. 결국 비교적 손질하기 쉬운 재량지출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실제 지출 구조조정 24조원 중 최근 공개된 약 16조원 규모의 감축안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 사업을 제외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지원 사업 예산(5조6000억원),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 예산(6724억원),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922억원) 등이 포함됐다. “긴축재정이 기조라는데 모순 그 자체이며, 민생만 긴축 예산”(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은 일찌감치 정부 예산안을 ‘초부자 감세, 민생외면 예산’으로 규정했다. 금리는 치솟고 서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모순적 상황에서 결과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균형점을 찾으려는 정권 차원의 노력이 아쉽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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