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술은 이해가 어려워” 했더니…가짜 미술경매로 1136억 세탁

도박자금 세탁한 조폭 검거
조악한 개그림 수백만원에 경매
변호사 10명 선임해 은폐 나서
상습도박자 입건 여부도 검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자금 세탁에 사용한 가짜 경매 그림. [사진 제공=전남경찰청]

가짜 미술품 경매사이트를 통해 1136억원 상당의 도박자금을 세탁해 온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21일 “ 범죄단체조직 및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공범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캄보디아 프놈펜 등 지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136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짜 미술품 경매사이트를 개설한 뒤 미술품을 구매하면 해당 비용이 사실상 도박사이트 판돈이 입금되는 형태로 도박자금을 세탁해왔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가짜 미술품 거래 가상계좌만 약 4000개로 입금받은 돈을 세탁하기 위한 별도 대포계좌만 1055개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이 만든 가짜 미술품 경매사이트를 보면 조악한 품질의 개그림이 최대 수백만원에 거래됐다”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박용임을 암시하듯 상·하단에 스페이드나 하트 등 포커 문양이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A씨 등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범행을 자백한 공범에게 변호사 선임비용을 대신 내주면서 허위로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 조직의 중책을 맡았던 것으로 조작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검거된 조직원들의 자백 여부를 확인하고 경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10여 명의 변호사를 댜신 선임해줬다고 한다.

검거된 피의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변호사를 A씨가 선임해 준 것도 모른 채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도박행위자는 약 1만명으로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상습도박자에 대한 입건 여부와 도박자금 몰수·추징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변호사를 대리선임한 것도 위법 여부가 있는지 파악해봤지만 변호사 선임은 당사자가 직접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입국하지 않고 캄보디아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범 6명에 대해 적색수배 조치와 함께 계속 추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