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글로벌의 대대적인 빅배스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출발점은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2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지분을 승계받을 수 있다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원칙 아래 후계자의 독자 경영 무대를 만들기 위한 분할 작업과 유동성 대응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막 내린 4세 독립경영 시험대
이규호 부회장의 승계 과정은 스스로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연결기준으로 2021년 2415억원 2022년 216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다. 적기라고 판단한 코오롱그룹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분할을 추진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1년 12월 자회사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소규모 합병을 결의했다. 이듬해 7월 발표한 수입차 부문 인적분할을 위해 흩어져 있던 자동차 관련 사업부를 하나로 묶어내는 사전 작업이었다. 복합기업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부회장이 자신의 성과를 입증할 독자 경영 시험대를 분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분할 직전인 2022년 12월 코오롱글로벌은 180억원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분할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우선주 재상장 요건을 맞출 수 있도록 주식 수를 늘려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실적은 부진했다. 고금리와 수입차 시장 침체 여파로 2025년 연결기준 매출 2조3503억원 영업이익 2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을 기록한 데 이어 16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며 전년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재무상태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총자산은 9114억원 중 부채는 661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5%에 달한다.
전체 부채 가운데 차입금이 3237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35.5%를 기록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막대한 이자 비용 지출이 수익성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상장 유지 실익을 잃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5년 12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코오롱 완전자회사로 편입됐고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기업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운 독립경영 도전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코오롱글로벌 지분은 0.04%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코오롱 지분은 없다.
자산 매각으로 버틴 보릿고개
자동차 부문을 떼어낸 코오롱글로벌 본체는 건설업계 불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호황기였던 2021년 300%대 초반이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분할을 앞둔 2022년 말 분할 준비 과정에서 자본 변동으로 403%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3년 모빌리티 부문 분할과 함께 관련 차입금이 이관되며 부채비율은 364.3%로 떨어졌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율 급등이 맞물려 2024년 연결기준 567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재무 부담이 다시 커졌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상장 1년여 만인 2024년 코오롱 전략기획 부문 대표이사 겸 코오롱글로벌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시장 안팎에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던 2024년 11월 회사는 서초 스포렉스 부지를 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4301억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자산 매각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주 도척물류센터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1360억원에 처분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행보가 지속됐다.
자산 유동화 덕분에 재무 지표는 다소 개선됐다. 분할 직후인 2022년 403%에 달했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350.1%, 지난해 332.2%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본업인 건설업의 경쟁력 회복이나 영업활동 현금흐름 창출로 일궈낸 성과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승계 시험대는 체제 정비가 마무리된 올해부터 다시 시작된 셈이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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