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의 등장, 김길리의 도약, 최민정의 마지막 그리고 생각보다 조용했던 올림픽의 엔딩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의 불이 꺼졌다. 이번 올림픽은 끝났다는 느낌보다 세대가 교체됐다는 감각이 더 강하게 남는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이벤트 자체는 예전만큼 뜨겁지 않았다. 성과와 온도의 간극 이번 대회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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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의 가장 강렬한 얼굴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이었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오랫동안 빙상 중심 구조였다. 메달은 대부분 빙판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설상 종목에서 대회의 상징이 등장했다. 최가온은 결선에서 속도 유지, 기술 연결, 안정적인 착지까지 완성형 런을 보여주며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깜짝 우승이 아니라 한국 동계스포츠의 지형이 넓어졌다는 신호였다. 이제 한국 동계는 더 이상 빙상만의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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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의 감정선은 여전히 쇼트트랙이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달보다 흐름이 더 중요했다. 여자 1500m 결선에서 김길리가 금메달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바로 뒤에서 최민정이 은메달로 들어왔다. 한 화면 안에서 한 시대의 기준점과 다음 시대의 중심이 동시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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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리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두 개와 동메달 하나를 확보하며 단숨에 대표팀 중심으로 올라섰다. 여자 1500m 금메달,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여자 1000m 동메달. 개인전과 계주를 모두 아우르는 성과였다. 공격적으로 자리싸움을 만들고 코너에서 라인을 지키는 레이스 스타일이 실제 메달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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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은 은메달과 계주 금메달을 추가하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그녀가 남긴 것은 메달 수보다 기준이었다. 위기 속에서 레이스를 운영하는 방식, 올림픽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 후배의 우승을 받아들이는 장면까지 이번 대회는 최민정의 마지막 춤이자 다음 시대의 개막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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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쇼트트랙도 변화를 시작했다. 임종언은 남자 1000m 동메달로 첫 올림픽을 메달로 시작했고 남자 5000m 계주는 은메달을 가져왔다. 금에는 닿지 못했지만 한국이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쇼트트랙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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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목이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아니다. 컬링은 4강 문턱에서 멈췄다. 경쟁력은 있었지만 마지막 한 경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피겨는 더 잔혹했다. 차준환은 메달과 1점 차로 4위에 머물렀고 이해인은 톱 10을 기록했다. 성과는 있었지만 김연아 이후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능성과 숙제가 동시에 확인된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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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논쟁은 경기력이 아니라 중계였다.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없는 올림픽이 치러졌다. 개막식 시청률은 1.8퍼센트 숫자가 분위기를 설명한다. 올림픽은 원래 TV를 켜면 어디선가 나오던 이벤트였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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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창구는 네이버였다. 하지만 대중의 디지털 소비 습관 중심은 유튜브다. 문제는 올림픽 영상 권리 구조였다. IOC 권리 제한 때문에 유튜브에서 충분한 하이라이트와 숏품을 대량으로 풀기 어려웠다.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될 콘텐츠 물량이 부족했고 결국 올림픽이 일상 피드에 자주 등장하지 못했다. 지상파 노출은 줄었고 유튜브 확산은 제한됐다. 올림픽은 열리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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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가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독점은 권리를 지키지만 확산은 이벤트를 키운다. 지상파, OTT, 통신사, 포털 재판매 구조, 유튜브 숏폼 권리 설계, 하이라이트 물량 확대 올림픽은 이제 스포츠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이벤트다. 이벤트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밀라노 코르티나는 두 가지를 남겼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다음 세대를 확보했다. 그리고 올림픽은 더 이상 자동으로 흥행하지 않는다. 다음 올림픽의 승부는 경기장 밖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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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간 끝까지 빙판과 설원을 누빈 대한민국 선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지원한 각 종목 협회와 연맹,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세대를 확인한 올림픽이었고 다음 4년을 준비해야 하는 출발선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긴 준비의 시간이 시작된다.

= 노아민 noah@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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