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구매를 위한 남성용 구두 구매 가이드

조회 2,8242025. 3. 27.

안녕하세요, 신발 마니아 강현모입니다. 디에디트 채널과 연이 되어 처음 글을 썼을 때가 20대였는데, 벌써 30대 초반을 지나가고 있네요. 그동안 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면접이나 경조사처럼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셋업을 입고 타이를 멘 다음 운동화를 자주 신는 편이지만 ‘어른들을 만나 뵈어야 할 자리에는 구두를 신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 봤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똑똑한 한 켤레’를 들여서 오래 신을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구두를 종류별로 소개할게요.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구두 브랜드 버윅의 이경민 매니저께 도움을 구했습니다. 버윅은 스페인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이고, 이경민 매니저는 제 주변 누구보다 구두에 진심인 분이라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분들, 저처럼 운동화에만 미쳐 있고 구두를 잘 모르는 분들께 좋은 가이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 작성에 도움을 준 버윅 코리아의 이경민 매니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 더비와 옥스퍼드

왼쪽은 더비, 오른쪽은 옥스퍼드

끈 있는 구두는 크게 더비와 옥스퍼드로 구분됩니다. 위 예시를 보면 발등과 가장 가까운 쪽, 신발끈 맨 앞쪽의 재봉 여부에 따라 더비와 옥스퍼드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재봉 없이 트여 있으면 더비, 끈 앞쪽까지 재봉한 것이 옥스퍼드입니다.

왼쪽은 더비, 오른쪽은 옥스퍼드

최근 들어 더비를 전개하는 브랜드가 자주 보이고, 그만큼 더비를 어느 착장에나 편하게 신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정장부터 청바지까지 받쳐주는 범용성 때문인지 제 주변에도 찾는 분들이 꽤 있어요. 옥스퍼드는 정장 차림이 바로 떠오르는 스타일입니다. 그만큼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두 가지 스타일 모두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이니 본인의 평소 착장에 맞추어 구매하면 됩니다.

이런 분들께 권해요
① 더비 | 출퇴근 복장이 비교적 자유롭고,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모두 아우르는 구두를 찾는 분
② 옥스퍼드 | 출퇴근 복장이 주로 정장이거나, 경조사를 챙길 때 편안한 차림보다는 주로 정장을 입는 분


2. 브로그 / 팁

출처: 영화 <킹스맨>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

영화 <킹스맨>에서 이제 막 요원이 된 에그시에게, 해리가 정장에 맞는 구두를 골라주며 했던 말이죠. 브로그는 구두의 발등부터 몸통까지 얹는 디테일을 의미합니다.

먼저 위 사진을 볼까요? ‘플레인 토’의 예입니다. 브로그를 살펴보기 전에, 신발 앞의 토 부분에 아무런 장식이나 디테일이 없는 깔끔한 형태는 ‘플레인 토’ 라고 하는 점 참고해주세요.

단정함에 약간의 재미를 준, 브로그 윙 팁

플레인 토를 먼저 보고 나니 차이가 느껴질 겁니다. 브로그는 착화감에 영향을 주기 보다 구두 몸통 부분에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신발의 형태가 단정함을 품고 있으니 약간의 재미를 주는 거죠. 이 디테일을 통해 포멀한 디자인의 신발들이 캐주얼 무드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U팁에 대한 예입니다. 살짝 캐주얼한 무드의 더비슈즈에는 발등 부분에 U자형 팁으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정석적인 구두 실루엣에 살짝 더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더비슈즈 대부분이 그렇지만, U팁은 조금 더 일상화의 무드를 주는 것 같아요. 데님이나 치노팬츠와도 잘 어울립니다.

밋밋한 디자인을 꺼린다면, 쿼터 브로그

브로그의 형태에 따라 호칭도 달라집니다. 새의 날개 모양으로 곡선을 이룬 형태는 윙 팁, 적용되는 면적에 따라 쿼터/풀 등의 명칭이 붙습니다. 쿼터 브로그는 브로그가 너무 많은 것이나, 밋밋한 디자인은 꺼리는 분들께 적절한 대안이 될 듯합니다.

반대로 구두를 이제 처음 구매하는 분들께는 가장 기본형을 추천 드리고 싶어요. 사회 초년생인 에그시에게 해리가 어디에나 잘 어울릴 법한 구두를 챙겨준 것처럼 말이죠.

면접이나 경조사에 어울리는, 스트레이트 팁

많이들 신는 유형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스트레이트 팁입니다. 신발 앞쪽의 토(Toe) 부분에 일자형 캡이 씌워진 디자인입니다. 특유의 단정하고 깔끔한 무드 때문에 면접이나 경조사 구두로 많이들 찾는 유형입니다. 평소 정장을 자주 입고, 한 가지 구두로 다양한 수트에 매치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스트레이트 팁이 가장 좋은 방안이 될 겁니다.


3. 꼭 하나만 고른다면 ‘블랙’

구두를 처음 구매하는 경우라면, 특히나 저처럼 평소에 운동화만 신는 사람이라면 색상 선택이 정말 고민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회색 운동화를 고집했듯이, 구두를 한 색상으로 계속 신어야 한다면 저는 블랙을 추천 드립니다. 너무 밝은 톤의 복장만 제외하면 어디에나 다 잘 어울리거든요. 정장부터 청바지 면바지, 경우에 따라 트레이닝 팬츠까지 받쳐줍니다.

경조사에서 단정한 인상을, 면접이나 미팅에서 신뢰감을, 일상에서는 범용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색입니다. 그만큼 착장 고민하는 시간을 확실히 줄여주기에 시간 절약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브라운과 코도반 컬러도 익숙한 색상입니다. 블랙을 이미 갖고 있고, 구두를 자주 신는 편이라면 이 색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4. 그래도 구두가 어렵다면 ‘로퍼’

‘포멀과 캐주얼을 떠나 구두는 아직도 어렵다’ 싶다면 먼저 로퍼를 경험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구두가 주는 특유의 단정한 느낌보다는 정말 ‘어느 착장에나’ 신을 수 있는 신발이거든요. 끈이 없는 형태이니 운동화 중에서 예를 들자면 ‘슬립온’ 같은 형태라 생각하면 됩니다.

구두를 좋아하는 분들께 물어 보니 “반스 어센틱 신는 것과 똑같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단화류를 즐겨 신고, 단화에 맞는 스타일로 자주 입으신다면 신발만 로퍼로 바꿔도 크게 이질감이 없을 겁니다.

왼쪽은 페니 로퍼, 오른쪽은 테슬 로퍼

1. 페니 로퍼

출처: <TAKE IVY>

페니 로퍼는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스트랩 부분의 구멍에 공중전화용 동전(페니)를 넣고 다니는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아이템이죠. 요즘은 공중전화를 쓰는 경우도 정말 드물잖아요.

출처: <TAKE IVY>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디자인이 유지된 것을 보면 그만큼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끈을 묶고 푸는 번거로움 없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신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블레이저/셔츠와 페니 로퍼를 매치했다면 최근에는 정통적인 룩과는 정반대의 스트릿 스타일에 로퍼를 매치하는 스타일도 많이 보입니다. 스니커씬이 주춤해진 요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되어줄 겁니다.

2. 테슬 로퍼

테슬 로퍼는 발등에 솔방울 같은 ‘테슬’이라는 장식이 달려있는 형태입니다. 살짝 밋밋할 수 있는 구두 디자인에 재미를 더해준 것이죠. 페니 로퍼가 너무 무난하게 느껴지는 분들께 좋은 선택지라 생각합니다.

테슬 로퍼도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셔츠를 비롯한 포멀한 룩보다 편안하고 캐주얼한 룩에 매치하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잘 들인 로퍼 하나 열 운동화 부럽지 않은 무시무시한 범용성을 갖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를 비롯한 각종 매체들의 로퍼 스타일링 콘텐츠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3. 구동화(구두 + 운동화)

페니 로퍼 스타일의 구동화 / 뉴발란스

테슬 로퍼 스타일의 구동화 / 호카

구두와 운동화를 합친 ‘구동(둥)화’가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구두 중에서도 가장 캐주얼한 디자인의 로퍼에서 디자인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뭐 이런 신발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못생겨 보였는데 실제로 신은 모습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반응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착화감이 우선이기에 구두를 ‘불편한 신발’로 생각하는 분들이나 ‘로퍼조차도 불편할 것 같다’ 싶으신 분들께 구동화로 구두 느낌의 신발을 접해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합니다.


착용 및 보관

한 번 살 때 큰돈을 쓰는 품목이니 쉽게 망가지게 둘 수는 없죠. 하지만 관리에는 그만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소개할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이니 꼭 그대로 지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고하면 좋을 내용만 모아 봤어요.

1. 나무 소재의 슈트리 사용

신발의 변형을 막아주는 보형물인 슈트리는 나무 소재 사용을 권장합니다. 구두는 착용자의 생활습관에 따라 주름이 잡히고 한 번 잡힌 주름은 발등이나 발 주변에 심한 간섭을 주기도 합니다.

슈트리는 주름을 펴주고 신발의 변형을 막아주는 것인데, 플라스틱에 스프링으로 되어 있는 이케아 슈트리는 구두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뒤틀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출처: 이케아

신발 전체가 가죽이나 스웨이드로 되어 있는 구두에는 스프링의 장력이 부담을 주기도 하고, 오히려 잘못된 형태로 오랜 시간 잡아두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슈트리를 사용할 거라면 가급적 나무 소재로 된 것을 권장합니다. 흡습, 소취와 함께 주름을 펴주는 기능이 있어 구두를 원형에 가깝게 보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2. 구둣주걱 사용

구두를 처음 신을 때 뒤꿈치가 까져서 피가 났던 경험. 다들 있나요? 신발 뒤꿈치에는 딱딱한 보형물이 있다는 것을 다들 만져보면 알 겁니다. 신발을 오래 신다 보면 이 부분이 구겨지거나 부러지는 경우들이 있고, 누군가는 일부러 이 부분을 발로 밟아 무너뜨려 편하게 신기도 합니다. 발 건강을 생각했을 때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한번 무너진 구조는 수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구두를 신을 때에는 뒤꿈치에 가해지는 힘을 최대한 줄여주는 게 좋습니다. 구둣주걱을 사용하지 않고 구겨 신게 되면 보강재가 무너져서 오히려 뒤꿈치에 이질감이 더해질 겁니다.

3. 신고 벗을 때 끈을 풀고 다시 묶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귀찮습니다. 그런데 금방 망가져서 새로 사는 건 더 귀찮습니다. 구두는 운동화와 달리 뒤꿈치나 몸통 부분에 유연함이 덜해서 올바른 피팅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끈을 모두 묶은 상태에서 신고 벗다 보면 신을 때 압박감 때문에 당연히 신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발이 구두에 ‘잘 맞지 않는다’라고 느끼고 사이즈 업을 하죠. 그렇게 되면 발에 유격이 크게 느껴질 것이고, 심한 경우 신발을 질질 끌듯이 걷게 됩니다.

신었을 때 끈을 조절해 뒤꿈치와 발볼이 가장 편안하게 감싸지는 사이즈. 그게 잘 맞는 사이즈입니다. 이 피팅감을 유지하려면 무리하게 신발 사이즈를 조절하지 않고, 발볼에 사이즈를 맞춘 뒤 끈만 풀고 조이면 됩니다. 바지를 입을 때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나서야 ‘입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주세요. 구두는 끈을 풀었다가 모두 묶고 나서 ‘신었다’고 하면 됩니다.


운동화 매니아로 지내온 30년. 구두를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쉽고 재밌는 카테고리였습니다. 편하고 좋은 신발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지만, 구두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꼭 신어야 하는’ 상황들이 100년 동안 이어졌다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구두는 생필품의 영역이 아닐까요. 과일과 채소를 고를 때 ‘잘 고르는 법’을 찾듯이, 이 글이 구두를 찾는 분들에게 잘 고르는 법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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