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회동 또 ‘빈손’…말 아낀 한동훈‧“당정 하나” 연출한 용산 ‘동상이몽’
‘당정관계 악화일로’ 전망…“용산 연출한 화기애애 분위기, 오래 못 갈 것”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1분간의 면담에서 구체적 합의 성과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양측은 면담 결과를 두고도 서로 다른 기류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면담 직후 직접 브리핑도 패싱한 채, 측근을 통해 "김 여사 리스크 해결을 위한 3대 요구사항을 요구했다"고 짧게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은 해당 내용에 대한 답은 빼놓은 채 "(야권의) 헌정유린에 맞서 당정이 화합했다"고 자화자찬식 반응을 내놨다.
'직접 브리핑' 패싱한 한동훈…韓측 "용산에 물어보라"
양측 면담은 21일 오후 4시54분쯤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시작돼 오후 6시15분경 종료됐다. 지난 7월30일 이후 두 달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두 사람은 회담에 앞서 10여분 동안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어린이정원까지 함께 산책했다. 이후 실내로 이동해 정 실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차담을 시작했다. 사실상 '독대'는 없었던 셈이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 등이었다. 한 대표는 회담 직후 측근들에게 "나는 필요한 할 말을 가감 없이 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은 면담 자리에서 한 대표의 요청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대표는 국회에 들러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는 대신 자택으로 바로 향했다. 당초 한 대표는 직접 브리핑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전언이다.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한 대표 요구에 윤 대통령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고 가시적 성과도 도출되지 않으면서, 한 대표가 브리핑 계획을 취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면담 성과에 대해 최대한 답변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 대표가 "나빠지고 있는 민심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며 그 일환으로 '김 여사 이슈 해소 방안'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여야의정(여야‧의료계‧정부)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정책에 있어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력 강화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양측의 합의 사항에 대해선 답을 피했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이나 한 대표의 반응에 대해서도 묵묵부답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한 대표의 회동 직후 표정이나 반응 등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며 "(한 대표에게) 구술 받은 내용 외에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또 한 대표의 요구 관련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선 "당시 면담에 배석하지 않은 데다, (대통령의) 반응이나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바가 없다. 용산에 확인해보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공식 답변은 밝히지 않았으나 회담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괜찮았다. 두 분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눴다"며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野 "한동훈, 이제 결단할 시간"…'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이변 가능성도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에서 '김 여사 리스크 해결' 등 한 대표의 요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은 만큼, 당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이날 한 대표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친한(親한동훈)계 원내 인사들이 다음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민주당 편으로 더욱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날 한 대표 측이 윤 대통령과의 면담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성사를 발표한 것이 일종의 '경고'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 대표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면 굉장한 후폭풍이 있지 않겠나"라며 "민주당 특검법에 동요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도 '빈손 회동'이라고 직격하며 당정의 약화된 고리를 계속 파고드는 모습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며 "박정하 비서실장은 한 대표의 건의를 전한 뒤 윤 대통령의 답변을 묻는 기자 질문에 '용산에 취재하라'는 말로 입을 굳게 닫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에게 이제 남은 판단은 윤 대통령과 공멸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한 것이 거의 없는 것처럼 들리는데, 결국 이렇게 '김건희 리스크'를 비롯한 현안을 두고서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이미 감정적으로 두 사람의 결별은 상당히 오래 됐고, 이후부터 간극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과 억지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한 후 갈라섰던 사례를 거론해 "만약 오늘 용산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해도 며칠 못 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윤석열호는 계속 침몰할 것이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먹고 사는 중이지만, 결국 자체 정책 능력이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면 독립은커녕 (침몰에) 휩쓸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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