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남호 DB 명예회장, 20년 의결권 제한 풀렸다

양범수 기자 2025. 9. 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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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 지분 증여하며 의결권 제한
20년만에 풀리며 독자적으로 행사 가능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DB 주식의 의결권이 지난 20년간 제한됐다가 최근에야 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명예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증여 받아 오래 전부터 DB그룹의 지주사 격 회사인 DB의 최대 주주였지만, 그동안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2004년 아들인 김 명예회장에게 동부정밀화학(현 DB) 주식 84만주를 증여하면서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동부정밀화학은 동부씨엔아이와의 합병 등을 거치며 지분율에 변동이 생겼으나 의결권 제한은 유지됐고, 작년쯤 해제됐다.

김 창업회장은 당시 딸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에게도 동부정밀화학 주식 44만8412주를 증여했는데, 이 주식에도 의결권을 제한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조선DB

올해 6월 말 기준 DB의 최대 주주는 16.83%를 보유한 김 명예회장이다. 김 창업회장은 15.91%를, 김 부회장은 9.87%를 갖고 있다. 김 창업회장은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뒤 최대 주주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자녀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최근까지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 영향력을 가졌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성추문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온 이후 2021년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이 사이 경영 일선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회사의 인사·투자 등 주요 결정을 해오면서 그룹 지배력은 유지해 왔다.

김 창업회장은 DB와 DB손해보험에서 모두 최대 주주가 아님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 집단 동일인으로도 지정돼있다.

그래픽=손민균

김 명예회장과 김 부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김 창업회장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김 명예회장이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지난 6월 갑작스럽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사내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력 행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김 명예회장의 사내 이사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김 명예회장이 의결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경영권 분쟁이나 지분 다툼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김 창업회장의 지분이 여전히 많고 계열사·친인척·우호 지분을 더하면 김 명예회장을 앞서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이 2027년 3월 이후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려면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만약 김 명예회장이 자력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되려면 추가 지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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