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에 낸 손배 소송 파기환송···“경찰이 위법 진압”
국가(경찰)가 2009년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경찰의 위법한 무력 진압을 방어하면서 경찰 장비에 일부 손상을 입혔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쌍용차 파업이 발생한 지 1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헬기로 노동자들이 있던 공장 옥상에 유독성 최루액을 대량 투하하며 진압했다. 최루액을 담은 비닐봉지를 헬기에서 공장 옥상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경찰은 공장 옥상으로부터 30~100m의 낮은 고도로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헬기 운행 때 발생하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기중기에는 빈 컨테이너를 매달아 노동자들이 옥상에 설치한 장애물을 부쉈고, 컨테이너를 옥상에 내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이에 노동자들이 저항하면서 헬기와 기중기가 일부 손상되자 국가는 손해를 물어내라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이 농성을 위법한 방법으로 진압했다면 노동자들이 그 방어를 위해 일부 장비 손상을 입혔더라도 손배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방이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수행으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경찰의 헬기 진압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법령을 토대로 봤을 때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고,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한 손상은 정당방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중기 진압과 관련해선 임대인의 휴업으로 인한 손해까지 노동자들이 배상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기중기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노동자들 책임을 80%로 인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헬기와 기중기 관련 손해액은 11억1490만원으로 원심에서 인정한 전체 손해액(11억2891만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선고가 끝난 뒤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경찰은 소를 취하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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