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절실한 김유진 한샘 대표, 수면 위 오른 '구조조정 카드'
지난해 한샘은 상장 이후 20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도 145억원의 영업손실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 8월 1일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새로운 '선장'으로 김유진 전 IMM오퍼레이션즈본부 본부장이 취임해 80일을 맞이했다.
한샘은 김 대표 취임과 함께 조금씩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 그간 차입 장기화 전략 등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실적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지 않겠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C레벨' 임원들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이 같은 분석은 힘을 받고 있다.
재무안정성 '빨간불'…차입 장기화 '카드' 꺼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샘의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18년말 3657억원, 2019년말 5893억원, 2020년말 6006억원, 2021년말 6247억원에 이어 지난해말 6543억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도 마찬가지다. 2018년 63.66%, 2019년 96.09%, 2020년 95.50%에 이어 2021년 100%를 넘겼고 지난해말 146.88%까지 상승했다.
한샘이 재무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차입의 장기화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말 연결기준으로 1년 내 상환해야하는 단기차입금은 370억70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말 기록한 529억원과 비교해 29.93%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은 25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60% 증가했다. NH농협은행에서 일반시설자금대출 150억원을 반영한 수치다. 대출의 연이자율은 MOR(시장금리)+1.99% 수준이며 만기일은 2026년 2월이다. 장기유동화채무, 장기금융리스부채 등을 더한 장기차입금 총액은 같은 기간 1640억원에서 1828억원까지 불어난다.
'흑자전환' 절실, 구조조정 우려 여전
차입 장기화 등으로 급한 불이 꺼진 한샘에 새로 부임한 '구원투수' 김유진 대표는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8월 취임 메시지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이 동반된 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2022년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샘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외부 환경이 어려울수록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시장·회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대표 선임 이후 한샘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한파가 닥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김 대표가 에이블씨앤씨 재직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을 이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년간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맡으면서 약 25%의 인원이 줄었으며 그 결과 빠른 흑자전환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달 재무 담당 임원인 박성훈 전무(CFO)와 최성원 전무(CMO) 등 C레벨 임원들이 퇴사했다. 지난해 초 입사한 박 전무와 최 전무가 재직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한샘 관계자는 "차기 CFO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샘은 지난달 제품 가격도 인상했다. 9월 1일부로 리하우스 부문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일부 품목 가격을 3~5% 올렸다. 부엌과 수납관련 품목의 가격은 5%, 창호·도어·마루 등 건재 품목은 3% 올랐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가구업계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시기부터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인건비가 줄면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올해 적자 탈출을 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샘은 11월 중순 3분기 실적을 발표해왔다. 첫 성적표와 동시에 취임 100일을 맞을 김 대표의 성과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