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자유를 얻었고 팀은 킬러를 얻었다

골잡이 출신 감독 특기 살린 작전
조규성과는 ‘빅 앤드 스몰’ 이루고
중앙서 좌우로 마음껏 움직이게
콜롬비아전 2골 ‘킬러 본색’ 부활
드리블·패스 등 모두 인상적 활약
적극적 압박으로 수비에도 한몫
첫 출항에 나선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4-3 승리를 선호한다”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의 축구 철학이 국가대표 최장수 주장인 손흥민(31·토트넘) 기용법으로 나타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전설적인 골잡이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이 하락세였던 손흥민을 살려내 데뷔전부터 자신의 전공을 인정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그라운드에 놓은 첫수에선 역시 손흥민의 섀도 스트라이커 기용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누가 뭐래도 왼쪽 측면에서 뛰는 게 익숙한 측면 공격수다. 그런데 이날은 그가 타깃형 골잡이 조규성(전북)과 함께 중앙에서 ‘빅 앤드 스몰’을 이루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의 위용을 되찾았다.
손흥민이 살아난 핵심 비결은 포지션의 자유에 있었다. 그는 ‘프리롤’로 중앙은 물론 좌우 측면의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재성(마인츠) 등과 자리를 바꾸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물론 손흥민이 프리롤을 맡은 것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인 지난해 6월 파라과이전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철저히 왼쪽에 국한돼 움직였지만 이번엔 반대로 오른쪽 하프스페이스(경기장의 양쪽 측면과 한복판을 제외한 그 사이 공간)를 공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두 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손흥민이라 가능한 이 승부수의 효과는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스포츠통계업체인 ‘옵타’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드리블(6회 시도·2회 성공)과 공격지역 패스(10회 시도·8회 성공), 찬스메이킹(2회), 슈팅(4개), 득점(2골) 등 모든 면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수비를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합(16회 시도·10회 성공)을 시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압박으로 볼 소유권 회복에 힘을 썼다. 손흥민이 전반 10분 상대 골키퍼가 측면에서 패스를 연결하느라 빠진 상황에서 공을 빼앗은 뒤 침착하게 빈 골문으로 차 넣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손흥민의 발자취를 통해 움직인 공간을 살펴보면 마무리 역할에선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 4개 모두 페널티지역 밖에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페널티지역 터치 횟수조차 단 1회에 불과하다. 전반 종료 직전 프리킥 득점도 사실 전술의 흐름보다는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봐야 한다.
거꾸로 본다면 손흥민의 프리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바뀔 여지가 남아 있다. 콜롬비아전에서 어려움을 겪은 조규성과 정우영의 약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볼 터치 횟수에서 전반 19분만 뛴 김진수(전북·10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19회와 23회에 그쳤다. 대표팀의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들 모두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앞으로도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주려고 한다”면서 “손흥민은 골대가 어디에 있는지만 확인하면 득점이 나오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우루과이와 4개월 만의 리턴 매치를 치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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