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I저축은행이 다시 저축은행 업계 정상에 올랐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OK저축은행이 사상 첫 자산 규모 1위에 오르며 SBI저축은행을 따돌렸지만 원상 복구한 셈이다. SBI저축은행은 외형 성장 대신 보수적으로 기반을 다지며 호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단기 이익 보다는 비용 절감,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상반기 누적 순이익으로 56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161억원과 비교해 249% 증가했다. 수익성 지표 역시 회복세를 보였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86%로 1년 전(0.62%)보다 0.24%p 상승했다. 이 같은 호실적 배경으로 비용 절감이 꼽힌다.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영업비용은 6728억원으로 전년 동기(8136억원) 대비 17.3% 줄었다.
이자비용이 1923억원으로 1년 전(2365억원)보다 442억원 감소했다. 특히 대손상각비가 같은 기간 4355억원에서 3466억원으로 889억원 줄었는데, 선제적인 채권 매각과 신규 대출 감소로 부실 요인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건전성 지표 역시 개선세가 뚜렷하다.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5.90%로 지난해 같은 기간(6.83%)과 비교해 0.93%p 하락했다. 연체율도 5.35%에서 4.06%로 떨어졌다. 업계 평균 NPL비율 9.49%, 연체율 7.53%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SBI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호황기에도 PF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으며 건전성 관리에 힘써 왔다. 상반기 기준으로 SBI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신용공여액은 539억원, 연체율은 0.19%에 그친다.

SBI저축은행의 자산 성장세도 가파르다. 2분기 기준 총자산이 14조2042억원으로 직전 분기(13조4074억원)보다 796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의 자산은 4868억원 줄어든 13조17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이 차지했던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시장 신뢰와 영업력의 척도인 자산 규모로 업계 순위를 결정한다.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 확대를 이끈 것은 수신 전략이다. SBI저축은행은 하반기 돌아올 예·적금 만기를 고려해 올 초 수신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했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의 6월말 기준 예수부채 규모는 11조7580억원으로 3개월 전(11조36억원)과 비교해 7544억원 증가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의 예수부채는 11조5734억원에서 10조9773억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SBI저축은행의 호실적, 자산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은 있다. 상반기 영업수익이 74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1억원 감소했다. 금리 인하에 따라 이자수익이 6559억원에서 5992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 방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교보생명이 8.50% 지분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들어간 만큼, SBI저축은행이 보험업과의 시너지 창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SBI저축은행은 하반기에도 안정적 경영 기조를 이어가며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하반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당분간 비용 절감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며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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