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규제 풀어달라” 요구 백가쟁명

양석훈 기자 2024. 9.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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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개정안 국회 12건 발의
소유·이용제한 푸는 내용 많아
“농업진흥구역 줄이자” 주장도
농식품부, 종합정비안 구상 중
12일 국회에서 열린 ‘현실이 된 농촌 소멸 어떻게 막을 것인가-농지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농지 이용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농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농지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각계에서 빗발친다.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고 농민 재산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인데 요구사항은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부터 전용 규제를 풀어 농지를 줄이자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정부가 농지 제도의 종합적인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그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현시점에 국회에 제출된 ‘농지법 개정안’은 12건에 달한다. 법안 발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유형별로 보면 농업기반시설이 농지에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게 해 농업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법안이 한 부류를 이룬다. 농축수산업용 시설과 농수산물 간이처리시설의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안(임호선 의원)과 농기자재 판매장의 농업진흥구역 내 설치를 허용하는 안(송석준·이병진 의원) 등이다.

농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취득을 허용하는 안(어기구·이만희 의원)도 나왔다.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취득 제한 규정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일각에선 이 규정으로 농지 거래가 위축됐다고 주장한다.

12일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현실이 된 농촌소멸 어떻게 막을 것인가-농지규제 개혁 토론회’에서도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농지 제도를 다듬자는 여러 주장이 나왔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수직농장을 농업으로 인정하고 스마트팜 등이 확대되는 수준만큼 농지 전용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윤희훈 ‘조선비즈’ 정책팀장은 “농업의 기업 유치 차원에서 농지이용증진사업 대상에 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 사업은 농민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 등이 농업경영을 효율화할 목적으로 규약을 정하고 농지를 집단화하는 경우 ▲농지 임대차 ▲위탁경영 ▲농지 소유권 이전 등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농지 이용·전용 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가 개별적으로 전용되면서 난개발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농지를 활용할 수 있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했다.

농업계가 우려하는 건 식량안보 안전핀마저 제거한 급진적 주장들이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진흥지역의 축소를 주장하면서 단계적으로 규제가 강한 농업진흥구역을 농업보호구역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전체 국토에서 농지의 비율이 15% 남짓이고 농업진흥지역은 그 절반에 그치는데 이마저도 줄이자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도 농업진흥지역 해제 범위와 대상 면적을 확대하는 법안(김선교·박수민 의원)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상임위로 회부된 ‘농지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정부 입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농지법’과 하위법령의 손질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정석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30년 전 만들어진 ‘농지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상 농촌융복산업지구 등의 경우 지자체가 체계적 계획을 세우면 농지 전용 권한을 주려고 한다”면서 “또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읍·면 단위 규제혁신지구에도 농지를 포함해 지자체에 자율성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수직농장 등도 비닐하우스처럼 농지이용행위로 인정하고, 농지에 트랙터 등이 다닐 수 있게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도 농지이용행위로 보는 등의 방안을 과감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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