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듯 산 '80년' 된 제주 돌집, 남편과 8개월간의 고생 끝에..

조회수 2022. 11. 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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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주에 살아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패션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 겸 비주얼 디렉터로 오랫동안 일했던 양양이라고 합니다. 대기업 11년 차 남편과 함께 과감히 서울 라이프를 뒤로 하고, 3년 전 제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홀리듯 운명처럼 만난 80년 된 제주 돌집을 장장 8개월 동안 직접 고치고 정성스레 꾸몄어요.

지금부터 오래된 제주도 농가 주택의 리모델링 과정과 저희 집 인테리어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작은 스케치로 시작된 리모델링 프로젝트" 큰집의 도면스케치

제주도 전통 돌집은 안거리, 밖거리 이렇게 두 집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이며 위 도면은 안거리(큰집)의 도면이에요. 원래 있던 내부는 모두 철거했고 새로 벽을 세우고 창을 내고 두 개의 욕실도 모두 확장해서 새로 만들었습니다.

운명의 제주 돌집

이 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오래된 낡은 농가 주택이었습니다. 집을 리모델링한다기 보다는 집 외벽만 남기고(뼈대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 짓는다고 표현하는 게 어울리는 전면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에 있던 벽은 모두 철거하고, 서까래와 기둥 그리고 보의 샌딩 작업만 3달 간했어요. 그러고 나서 벽체를 세우기 위해 내부 작업을 들어갈 수 있었죠.

3개월간의 서까래 샌딩 작업

가장 힘들고 고되었던 서까래 샌딩 작업입니다. 80여 년 된 집이라 이 정도 나무가 건재한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나무의 상태가 좋아서 하나도 새로 구입하지 않았고 이 집에 있는 서까래와 보를 그대로 살려서 나무의 결을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

내외부 정리 후 설비 작업

불필요한 내외부 공간 그리고 마당까지 정리하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마당 시멘트 작업과 내부의 벽체 및 땅속에 있는 현무암들이 정리 완료된 모습이에요.

마당의 시멘트를 걷어내다

잔디도 심고 나무도 심으려면 꼭 해야 하는 작업이지요. 쉽지 않은 대공사였어요. 제주도 땅에는 어마어마한 돌들이 묻혀있어서 중장비가 세 번은 와야 했습니다.

서까래 황토 칠하기

80년 된 농가 주택이다 보니 서까래와 기둥에 난 구멍을 황토를 발라 메꾼 뒤 오일 작업을 했습니다.

꼭 만들고 싶었던 벽난로 만들기

운치 있는 벽난로의 탄생 과정입니다. 벽난로는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어서 큰집, 작은집에 모두 벽난로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목재로 싱크대 만들기

밝은 우드 소재로 만든 싱크대. 아직 싱크볼을 넣기 전이고 인덕션은 설치 완료된 상태입니다. 집 전체가 우드 톤이고 나무 소재라 싱크대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밝은 톤의 싱크대를 만들었습니다.

점점 틀이 잡혀가는 내부

내부 전기 작업, 난방, 온돌, 방수 작업이 끝나고 창문도 달고 큰 틀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장장 6개월간의 농가 주택 리모델링 작업이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천연 오일 칠하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집 내부와 외부의 목재는 모두 천연 오일로 두 세 번 칠하고 마감을 했습니다. 부엌의 포인트인 목제 싱크대는 특별히 방수가 되는 마감재로 마감을 해주었습니다.

큰집과 작은집의 겨울 풍경

마주하고 있는 큰집과 작은집

큰집- 오픈룸 형식의 침실

먼저 현관문을 열면 제일 왼쪽에 보이는 오픈 침실입니다. 제주스러운 제주석을 포인트로 창문을 만들었고, 머리맡에 돌을 쌓아서 침대 헤드를 만들었어요. 오리엔탈 감성과 우아함이 느껴지는 실크로 만든 허먼 밀러의 버블등을 설치했습니다. 집 만들기 전부터 이 조명은 미리 결정하고 구입했어요.

오픈으로 되어있는 룸이라 외부에서도 보이는 등이 될 것이기에 집의 이미지에 어울리고 침실에 어울릴 만한 아이템으로 선택했는데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오픈 침실 옆에 방이 하나 더

오픈 룸이 있고 그 옆에 간이 세면대가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 문이 있는 방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 안에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욕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편리한 간이 세면대

외출하고 들어와서 간단히 손을 씻을 수 있는 간이 세면대를 만들었어요. 생활을 해보니 훨씬 더 편리함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거울 옆에 조명은 플로스의 욕실등!

안쪽 숨겨져 있는 침실 하나

시크릿 룸

시크릿 룸의 별도 욕실

집과 사람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줄 조명

집을 꾸미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조명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우리 집이 생기면 멋진 조명을 가져다 놓고 집을 꾸미고 싶었거든요. 언밸런스할 수도 있지만, 옛날 제주도 서까래가 살아있는 제주도 돌집에 근사한 조명을 달아 놓으면 너무 멋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꾸몄습니다.

거실과 부엌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었어요. 바닥은 온돌을 깔아뒀기 때문에, 보일러를 틀어 놓으면 뜨끈뜨끈해요. 벽과 천장에 인슐레이션도 꼼꼼히 해서 확실하게 아늑한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침실에서 바라보는 거실 겸 키친공간

키친

거실과 키친 내부는 70년 된 고재의 따뜻한 감성과 어우러지는 가구와 소품 덕에 뭐 하나 튀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되었습니다.

우드 테이블과 우드 싱크대

제주도 농가 주택의 특성상, 집 천장이 낮은 집이면 바닥을 파서 천고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저희 집은 생각보다 천장이 높아서 바닥 작업은 온돌 깔기로 끝났어요. 제 키가 170인데 낮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 높이의 천장입니다.

핸드메이드 고재 테이블과 100년 된 영국 빈티지 체어

이제는 찾을 수 없다는 제주도 굴목이 나무로 만든 고재 테이블이에요.

가장 어려웠던 테이블 체어 세팅이었죠. 조명 다음으로 체어에 대한 로망이 한가득하였던 저는 모던한 디자이너 체어를 세팅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식탁 테이블이 빈티지하고 고재를 사용해서 투박한 느낌이 있던지라 100년쯤 된 영국 슬랫 백 엔틱 체어와 페니 시트 체어를 한 세트씩 세팅했습니다.

중문

중문을 열고 이어지는 공간을 지나면 개인 화장실과 오른쪽에 히노끼가 딸린 욕실이 나와요. 미로같은 공간이죠.

잔디 마당과 잘 어우러지는 제주 돌집

집의 내부 반, 외부 공사 및 조경도 반이었던 리모델링이었습니다.

정말 시급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인 "시멘트 바닥 땅에 잔디 심고 나무 심기".

나무 시장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사와 하나하나 일일이 심었어요. 한여름에는 핑크색으로 예쁘게 피어주는 배롱나무가 가장 화려한 꽃나무죠.

제주도 잔디는 폭풍 성장 중!

한여름의 잔디는 풀처럼 무성하게 자라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깎아줘야 해요. 이래 봬도 굉장한 중노동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 마당을 보면 힐링이 절로 돼요.

꽃을 심으니 나비와 새가 찾아와요

삭막했던 곳에 잔디가 깔리고 꽃이 피고 유실수와 나무를 심어지니 나비와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꽃의 색깔과 나무의 성장을 볼 때면 살아있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껴요.

가장 아끼는 꽃, 오스틴장미

제주도는 허브의 천국

뭐를 심어도 다 잘 자라는 제주도. 한겨울에도 꽃이 피는 제주도이지만 특히 잘 자라는 아이들은 '허브' 종류인 것 같아요.

눈 덮인 제주 돌집

제주도는 때때로 이렇게 폭설이 내리고 하얀 설경을 보여줍니다.

비온 뒤 잔디 마당의 풍경

비가 온 뒤 더욱 색이 초록초록해지는 마당이에요. 핑크색 낮달맞이꽃은 조금 심어놨더니 확 번져서 군집을 이뤘어요! 핑크핑크한 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큰집앞에는 이케아 야외 테이블을 놓았고 작은집 옆 마당에는 프랑스에서 배송받은 페르몹 테이블과 체어를 놓았어요. 색깔 고민 많이 하고 구입했는데 봄이 되니 레드 병꽃나무의 꽃과 오렌지 의자가 너무 잘 어울리네요.

날이 좋으면 주말 아침 식사를 야외 테이블에서 즐기기도 합니다.

우리 돌집

큰집(안거리) 작은집(밖거리)가 마주보고 있어요. 잔디는 겨울잠을 자느라 금잔디로 변했고요. 145평 대지 안에 자리 잡은 돌집이 정겨워요.

후기를 마치면서

저는 집을 고쳐 본 경험도 없었고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리모델링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테리어 업체나 건축 디자이너를 통해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버젯도 없거니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컨셉이 굉장히 확고했던 터라 '그냥 내가 해보자!' 했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농가 주택 리모델링 경험이 많으신 목수님과 손을 잡고 집을 고쳤습니다.

농가 주택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내부는 모던함을 살리면서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서 중요한 단열과 난방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북유럽 디자이너 제품의 조명과 소품을 이용한 스타일과 디자인성을 강조하고 싶었고요. 특히 조명은 예산에 위축되지 않고 원 없이 세팅을 한 거 같아요. 오리지널 디자이너 제품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한 번 구입할 때는 비싸지만 오래도록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고 빛나는 거 같아요.

장장 8개월의 리모델링은 몇 일에 한 번꼴로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었지만 리모델링을 마친 지금은 너무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요!)

하루하루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고 있어요

서울 아파트생활자였던 저희 부부는 이곳 제주도로 와서 집으로 인해 바뀐 새로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야외 테이블에서 하는 식사, 집 앞 바다에서의 낚시, 마당을 가꾸고 꽃을 심고 나무를 키우는 일, 창문을 통해 만나는 사계절의 모습을 눈에 선명하게 담을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이런 집과 공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며 80년을 이어 온 그 세월만큼 제가 잘 가꿔주고 관리하면서 집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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