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9일.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이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습니다. 양준혁 개인으로는 1993년 프로 데뷔 후 15번째 시즌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었고, 리그의 입장에서도 탄생 26년만에 처음으로 통산 2000안타라는 자랑할만한 기록이 탄생한 겁니다.
그보다 1년전인 2006년 8월 29일, 한화 이글스의 송진우는 통산 200승을 기록했습니다. 송진우는 데뷔 후 18시즌만에 200승을 달성했고, 이는 리그 탄생 25년만의 일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리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투수의 통산 200승이 타자의 통산 2000안타보다 일찍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추세는 완전히 달라졌죠. 가장 최근 KT 황재균 선수까지 2000안타 기록 선수는 16명이 더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곧 삼성 강민호 선수도 2000안타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남은 개수로 봤을 때 올시즌 안에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리그가 10개구단 체제가 되면서 시즌 경기수가 많아지고, FA의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선수들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은퇴의 시점을 뒤로 미룬 것이 가장 타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경기수가 126경기에서 144경기로 많아지고, 은퇴 시점이 30대 초,중반에서 40대 초반이 된 것은 투수, 타자 모두에게 해당되겠지만 투수의 승리라는 기록과 타자의 안타라는 누적 기록에 있어서는 안타 쪽에만 더 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겁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겁니다. 역대 2000안타를 달성한 타자들로 봤을 때 타자는 1,2시즌 부진해도 반등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 투수의 경우는 10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에서도 30대에 접어들고 한 번 기록이 떨어지면 반등에 성공한 경우를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 전 선수의 경우가 더 대단하죠. 선발과 마무리를 번갈아가면서 뛰다가 선발로 고정된 이후 6승 시즌이 두차례나 있었는데도 반등에 성공을 하고 꾸준히 승수를 쌓아가면서 200승을 기록한 거니까요.
투수의 200승이 어려운 이유로 지방 팀의 A코치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근 선발 투수의 경우,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선발로 뛴 경우가 흔하지 않다. 소형준, 이의리처럼 루키시즌부터 자리잡는 흔치 않은 경우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1군에 올라와서 선발로 나서기까지 3~4년이 걸리고 보통 군대를 다녀와서 자리잡기에 성공을 한다. 생각해보라. 고교시절 역대급 재능이라고 불리던 안우진, 곽빈도 1군 선발로 자리잡는데 4~5년이 걸린 것이 프로 무대다. 결국 보통 26~27세부터 본격적으로 선발을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200승을 꿈꿀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이제는 선발 100승도 어려운 시대가 아닐까 한다.”
말 그대로입니다. 200승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는 통산 100승 투수도 귀해질 수 있습니다. 선발 투수로 5시즌 가량 꾸준히 활약하면 40승 안팎의 승수가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통산 6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향후 4~5년 내 통산 100승 달성이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서 통산 60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겁니다.
이용찬, 박세웅, 백정현(이상 61승), 임찬규(이상 62승), 정우람(64승), 최원태(69승), 박종훈(71승), 노경은(76승), 이재학(81승), 우규민(82승), 송은범(88승). 이들 중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선수들은 제외하면 박세웅, 백정현(이상 61승), 임찬규(62승), 최원태(69승), 박종훈(71승), 이재학(81승)이 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위 선수들이 모두 100승을 돌파해주기를 기대하지만 그러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다음 KBO리그 100승투수의 탄생까지는 최소 3~4년이 남아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류현진이 귀국해서 순식간에 2승을 올리는 방법이 있지만 최근 부상 복귀 후 메이저에서의 류현진의 투구로 볼 때 이른 시기에 KBO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해외진출의 이슈도 있습니다. KBO리그 7시즌 통산 98승을 거둔 류현진 선수처럼 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돌아온 김광현, 양현종 선수처럼 KBO리그를 평정할 재능을 가진 선수들은 포스팅이나 FA를 통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된 거죠.
자, 그럼 다시 200승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현역 중 100승을 돌파한 왼손투수 트리오가 있습니다. 장원준(통산 132승), 김광현(통산 156승), 양현종(통산 166승)이 그들입니다. 장꾸준으로 불렸던 장원준이 2018년부터 겪었던 부진이 조금만 짧았더라면, 김광현, 양현종이 미국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 셋 모두 지금쯤 KBO리그 통산 200승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구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죠.
이 통산 200승에 관해서 현실적으로 달성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려있는 김광현 선수와 양현종 선수에게 통산 200승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리그를 대표해온 두 명의 좌투수는 모두 통산 200승을 돌파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김광현 선수는 통산 200승 달성을 위해서 KBO리그로 복귀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생활을 접고 KBO로 돌아온 이유는 팀의 우승과 제 개인통산 200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처음에 제가 6년이라는 넉넉한 기간을 원했던 것도 그 이유가 컸습니다. 그만큼 달성하고 싶은 기록입니다.”

양현종 선수도 200승 돌파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습니다.
“200승은 생각만 해도 영광스러운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달성한 사람이 송진우 코치님 딱 한 명 밖에 없을 정도로 해내기 어려운 기록이잖아요. 저도 여기까지 온 만큼 꼭 달성하고는 싶습니다.”

특히 양현종 선수는 200승을 달성하는 상상을 한다고 하네요.
“저는 200승을 달성하는 상상을 자주 합니다.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서 그런 큰 목표를 세워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기록을 수립하는 상상만 해도 뿌듯하고 행복하거든요. 정말로 달성하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김광현 선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함께 뛰었던 웨인라이트가 지난주에 메이저리그 통산 200승을 달성한 것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있을 때 웨인라이트와 정말 친하게 지냈습니다. 웨인라이트는 팀의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였어요. 그런 선수가 200승을 달성하니까 제가 더 뿌듯하더라고요. SNS를 통해서 축하의 마음도 전했죠. 웨인라이트의 200승을 보니 저도 200승을 위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선수는 200승의 가능성에 대해서 똑 같은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올해처럼하면 어렵지 않을까요?”
두 선수는 올시즌 나란히 7승을 올리고 있습니다. 똑같은 승수처럼 똑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두 선수였는데 올해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도전의 의지까지 꺾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김광현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한 번 목표를 세웠으니까 달성을 해야죠. 최선을 다해서 200승을 꼭 달성하고 싶습니다. 그게 팀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양현종 선수는 조금 더 구체적인 가능성과 최종목표를 이야기했습니다.
“제 200승 달성 가능성은 30%정도로 봅니다. 사실 투수의 승리라는 것이 투수가 5이닝 이상을 투구를 하는 가운데 팀의 공격도 터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운의 영역이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 목표는 사실 200승이 아닙니다. 송진우 코치님의 기록을 넘어서는 211승이 제 목표입니다. 꼭 그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이제 선발투수들이 통산 100승도 힘들어진 상태에서 200승에 도전하고 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의 좌투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동갑내기 두 선수가 200승에 동반등정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