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계열사의 기이한 정리해고 절차...직원 80명에게 닥친 겨울
JTBC플러스 사측 "PGA·LPGA·올림픽·월드컵 중계권료 때문에 큰 폭 적자"
5명씩 팀 짜서 '분사신청서' 내면 오는 29일까지 선발 확정할 거라고 밝혀
직원들 "회사 경영설명회 세 차례 들었음에도 납득 안돼" 한목소리
전 직원, 홍성완 부회장에게 26일 경영설명회 나와달라 메일 보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JTBC플러스(JTBC GOLF·JTBC GOLF&SPORTS 채널 운영)와 JTBC디스커버리(중계권 확보·협찬·콘텐츠기획)가 올해 큰 폭의 적자로 심한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직원 80여명을 두고 기이한 정리해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JTBC플러스 사측은 경영설명회 과정에서 5명씩 팀을 짜서 '분사신청서'를 내라고 했고 이중 통과한 팀만 12월 말 퇴사 처리한 뒤 회사와 계약을 맺겠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분사신청서를 내지 않은 남은 인원을 두고는 회사 존립 상황을 살핀 후 '권고사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5일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경영설명회 녹취 등 취재를 종합하면 JTBC플러스 경영관리팀은 지난 10월30일 “경영현안설명회를 10월31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하고자 한다. 팀장 이상 직책 간부는 필히 참석해 주시고, 구성원들도 가능하면 참석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진행된 경영현안설명회에는 오영민 JTBC플러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는데, 사측은 회사가 올해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채널을 유지하려면 분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JTBC플러스가 밝힌 분사 방식과 논의 과정을 두고 구성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5일 회사가 진행한 2번째 경영설명회에서 밝힌 분사 절차는 5명씩 팀을 짜서 '분사신청서'를 내면 그중 우수한 팀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아무개 JTBC플러스 경영지원실장은 “(11월) 22일까지 신청을 받을 거다. 간단한 신청서가 있다. 어떤 일을 할 건지 계획서를 받을 거고, 25일부터 27일까지 제출한 계획서를 보고 몇 가지 기준에 맞춰 확인한 뒤 오는 29일에는 대상을 확정할 거다. 분사되는 회사의 경우 고용관계는 12월 말 종료된다”고 밝혔다.

선발된 팀이 고려할 수 있는 안은 두 가지다. A안은 법인을 만들게 된다면 법인설립자금으로 필요한 5000만 원 중 1000만~20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B안은 외주제작사를 차리는 방안인데, 5명 기준으로 1인당 6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JTBC플러스에 입사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신입 직원 A씨는 “그럼 저희 신입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이 친구들은 취업 사기다. 잘릴 줄 알고 이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C씨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준비해야 하는 거냐. 제작이라든지 중계라든지 하면서 분사신청서를 써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아무개 경영지원실장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C씨는 “저희가 왜... 왜 그래야 하죠?”라고 말했고, 이아무개 경영지원실장은 “특별하게 다른 지침이 없으면 하던 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지난 19일 이뤄진 세 번째 경영설명회에서는 오영민 JTBC플러스 대표이사가 “사실 PGA· LPGA 중계권료를 안 주면서 버텨왔다. 올해 3월, 4월부터 PGA·LPGA 중계권료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9월 말에 (그룹) 오너께서 평창에 대표들을 불러 올해 이후 경영계획을 말하면서 그룹 전체가 재무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했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군은 매각하든지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각계열사 대표에게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후 제가 빠지고 홍성완 대표이사가 전문가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JTBC는 PGA·LPGA 중계권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구매해온 회당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도 단독 입찰했다. 중앙그룹은 2026년과 2030년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또 2026년, 2028년, 2030년, 2032년 등 4차례의 동·하계올림픽을 중계한다. 이아무개 경영지원실장은 “손익 관리 관점에서 말하면 인건비가 큰 포션은 아니다. 중계권료가 크다. 그에 맞는 광고와 재판매 등 매출이 있는데, 그 매출이 올해 반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은 회사의 경영설명회를 들어도 이 같은 방식의 정리해고 수순을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가 막연히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현재의 회사 사정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 점 △채널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건지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점 △분사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사과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번의 설명회에서 직원들은 분사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질문했다. 지난 5일 이아무개 경영지원실장은 “이후 절차에 대해서는 준비된 게 없다”고 답했고, 2주가 지난 뒤 지난 19일 오영민 대표이사는 “현재 사업 아이템과 구조로는 회사 존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다음엔 중계권 조정, 채널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논의돼야 한다. 오늘(19일)부터 그걸 할 거다. 그룹 내 우수자원을 전보 보낸다고 이야기하죠. 관련된 회사의 대표들을 만나서 요청작업을 할 거다. 나머지 남은 인원은 이 회사가 존립 가능한지를 보고 권고사직 등을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 3차례의 설명회를 진행했음에도 구성원들은 여전히 답답한 상황. 이에 JTBC플러스 및 JTBC디스커버리 전 직원은 홍성완 중앙그룹 스포츠비즈니스군 부회장에게 지난 22일 “3차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분사화 방안이 도출된 구체적이고 납득할만한 이유, 분사 시 사업계획 수립의 전제 조건인 회사의 향후 채널 운영 방안, 분사화 비동의 시 회사의 대처 등에 관해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포츠비즈니스군의 최고 책임자이신 부회장님의 말씀을 직접 청해 듣고자 한다. 26일에 만나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25일 기준 홍성완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답변해주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사측이 벌인 사업으로 인한 비용 등을 왜 직원들이 가장 먼저 감내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JTBC플러스 소속 D씨는 미디어오늘에 “경영진의 욕심, 그에 대한 책임을 왜 직원들이 져야 하는가”라며 “현 상황에 대한 직시, 구체적인 대안, 경영적인 안목도 없다. 현실성 없는 중계권 사업을 벌여놓고 모든 책임은 직원이 지고, 왜 경영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E씨 역시 미디어오늘에 “중계권 문제로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구성원들은 잘 몰랐던 거”라며 “당황스러움이 크고, 해결할 마음이 없어서 이런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게 아닌가. 무책임이 느껴진다. 그룹에서도 이 상태까지 오게 내버려 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별안간 눈 앞에 펼쳐지니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25일 미디어오늘에 “이런 유형의 구조조정 방식은 처음 들어본다. 큰 회사 같은 경우는 1단계가 구조조정 대상 인원을 경영진이 요청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한테 인원수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통보하고 협의를 시작한다. 보통은 이렇게 진행된다”며 “지금 방식은 끼리끼리 모여서 서바이벌 방식으로 살아남으라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완 부회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3차례의 경영설명회가 진행됐다”고 하자 “제가 아는 게 없어요. 미안합니다”라고만 말했다. “부회장님인데 아는 게 없으시냐”고 물었으나 전화는 끊겼다. 이 경영지원실장은 “아는 게 없어 답변하지 못한다”라고만 답했다. 오영민 대표이사와는 여러 번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홍 부회장과 이 실장에게 문자로 △홍 부회장이 11월26일 경영설명회에 참석할 건지 △희망퇴직 절차 없이 왜 분사를 감행하는지 △5명씩 조를 짜서 분사신청서를 제출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 △PGA·LPGA·올림픽·월드컵 중계권료의 비싼 가격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왜 직원들이 가장 먼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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