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비괴물 떴다” 조규성 대신 MOM+베스트11 동시 석권…“이한범은 조용한 영웅” 덴마크가 먼저 인정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또 한 명의 한국인 스타가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려한 시저스킥 득점으로 메인 조명을 받은 이는 조규성이었지만 현지 언론과 전문가가 꼽은 라네르스전 진정한 주인공은 묵묵히 팀 후방을 지탱한 중앙 수비수 이한범(23, 미트윌란)이었다.
미트윌란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헤르닝의 MCH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덴마크 프로축구 수페르리가 라네르스와 홈 10라운드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시즌 6승째(3무 1패)를 기록한 미트윌란은 선두 오르후스 GF를 승점 2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경기 하이라이트는 조규성이 책임졌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7분, 교체 투입된 조규성이 몸을 낮춰 날린 시저스킥이 상대 골망을 출렁였다.
현지 언론은 “예술적인 득점이자 팀 역전승 주춧돌로 기능한 영양가 만점 동점골”이라며 환호했지만 경기 후 최고 평점과 최우수 선수(MOM) 선정은 수비수 이한범 몫이었다.
덴마크 ‘스포르트티비2’는 “조규성이 멋진 골을 넣었지만 사실상 팀의 진짜 주인공은 이한범이었다”며 한국인 수비수에게 평점 8을 부여했다.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조용한 한국 선수들이 덴마크 무대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이한범은 수비에서 압도적인 안정감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조규성은 평점 7을 기록했다.

이날 미트윌란은 3-5-2 대형을 들고 나왔다. 마스 베흐, 오스마네 디아오와 스리백을 형성한 이한범은 중앙 스위퍼를 맡아 후방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방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과감한 전진 드리블과 정교한 패스로 팀 빌드업을 주도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아담 가브리엘의 헤더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실제 이한범은 라네르스전에서 미트윌란 선수 중 최다 기회 창출(2회)을 수확했다. 센터백으로서 ‘최후방 플레이메이커’ 임무까지 완수한 셈이다.
축구 통계 전문 ‘폿몹’에 따르면 이한범은 이날 패스 성공률 85%(50/59), 키패스 2회, 공격 지역 패스 7회, 롱패스 3회, 공중볼 경합 성공 6회, 인터셉트 2회, 클리어링 1회를 쌓았다.
그야말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공수 전환 국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트윌란 선수였다.
수페르리가 사무국은 30일 공개한 리그 10라운드 베스트11에서 이한범을 센터백으로 포함시켰다.
미트윌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올 시즌 개인 첫 선정이었다. 사무국은 “59회의 패스 성공, 두 차례의 결정적 키패스, 7번의 경합 성공이 인상적이었다. 팀을 안정적으로 이끈 중심축이었다”며 선정 이유를 귀띔했다.

이한범의 유럽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2023년 여름 FC서울을 떠나 미트윌란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데뷔 시즌 대부분은 벤치에서 보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시즌 도중 임대 이적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은 “잠재성이 크다”며 한국인 센터백 이적을 불허했다. 이한범은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고 기다림 끝에 지난 시즌 막판 동료 징계와 부상 공백을 틈타 기회를 얻었다.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안정적인 수비와 담대한 빌드업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올 시즌 개막전서부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출전한 리그 8경기 가운데 7경기를 선발로 나서 주전급 수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장의 보상은 국가대표 발탁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첫 성인 대표팀에 승선한 뒤 꾸준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다.
특히 9월 미국·멕시코와 원정 평가전에서 홍 감독은 이한범을 스리백 한 축으로 기용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브라질·파라과이와 친선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수비 자원 다변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이한범은 가장 ‘뜨거운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한범의 이름은 늘 팀 동료 조규성의 화려한 활약에 가려져 있었다. 하나 이번 라네르스전은 달랐다. 실제 미트윌란은 후반 1분 선제 실점을 허용해 흔들렸으나 이한범이 뒷문을 단단히 틀어쥔 덕분에 반격 기반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었다.
다수의 덴마크 현지 언론은 이한범을 “잠재성이 큰 아시아 수비수”로 평가한다. 미트윌란 공격 전개가 흔들릴 때마다 그는 볼을 차분히 돌려 경기 흐름을 안정시키고 위기 상황서는 거침없는 태클로 상대를 제압한다.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수비수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팀의 오랜 과제인 ‘포스트 김민재’ 또는 김민재 파트너 발굴에도 이한범은 좋은 대답으로 거론된다.
키 188cm의 양발잡이 센터백이 성장 궤도에 오른 지금, 월드컵 본선에서 김민재와 홍명보호 수비 라인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한범은 아직 미완의 대기다. 미트윌란 내에서도 준주전급으로 분류된다.
하나 매 경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유럽 무대 적응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번 라네르스전 MOM 선정은 그가 더는 조규성의 팀 동료가 아닌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라네르스전은 조규성의 원더골 쇼가 만든 승리이자 동시에 이한범이 덴마크 현지에서 진짜 수훈갑으로 처음 인정받은 경기였다. 대구 태생 센터백은 유망주를 넘어 축구 본고장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는 당당한 수비수로까지 진화했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수비 라인에 '새로운 이름' 이한범이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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