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저가 차, 역사 속으로?" 닛산 베르사 수동모델, 단종 위기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Ben Hardy'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차로 알려졌던 닛산 베르사가 조용히 한 세대의 막을 내리고 있다. 기본 사양에 5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해 약 1만 6,000달러(한화 약 2,200만 원)대의 낮은 시작가를 유지해 온 이 차량은, 생산 효율성과 정책 변화 등의 이유로 수동 모델 단종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수동 세단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었던 수동 사양이 사라지면서, 베르사는 더 이상 '저렴한 차'로서의 인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Ben Hardy'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Ben Hardy'
수동변속기 단종
가격 경쟁력 약화

지금까지 닛산 베르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5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한 기본 사양의 낮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2025년형부터 이 수동 모델의 생산이 중단되며, 더 이상 2,000만 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는 신차는 사라지게 됐다. 현재 미국 기준으로 수동 모델의 시작가는 18,331달러(한화 약 2,475만 원)이며, 자동변속기(CVT) 모델은 20,130달러(약 2,720만 원)까지 상승한다.

특히 상위 모델인 센트라와의 가격 차이는 약 1,000달러(약 135만 원) 정도로 줄어들어, 베르사만의 가격 메리트는 크게 희석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부품 관련 관세 정책이 있다. 버사는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세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닛산은 관세 시행 이전에 약 60일 치 재고를 미리 미국으로 이동시켜 단기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려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닛산은 센트라의 생산지를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Ben Hardy'
가격 인상에
혜택은 감소

수동변속기 단종은 생산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이미 예상된 흐름이었지만,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수동 모델은 생산라인의 툴링과 별도 인력 교육이 필요해 제조사 입장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몇천 달러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마케팅 관점에서 영향력은 컸다.

또한 닛산은 최근 베르사를 포함한 전체 라인업에서 판매 인센티브를 대폭 줄였다. 2024년 5월 기준으로는 베르사에 적용되는 공식 할인 프로그램조차 전무했고, 일부 지역 딜러 역시 특별 할인이나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았다. 차량 가격은 올랐고 혜택은 사라졌으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구성도 제한적으로 됐다.

평균 신차 가격이 5만 달러(약 6,700만 원)에 근접한 미국 시장에서, 2만 달러 초반대 차량은 더 이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과거에는 진입용 모델로서 확실한 존재감이 있었던 베르사가 이제는 그 포지션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닛산 베르사의 상품 구조 조정이 아니라, 자동차 시장 전반에서 저가 차 전략이 유지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