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쓸어담더니…"한국인 손 대자 와르르" 악몽이 된 브라질 채권
#2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3월 연 10% 수익률이 제시된 브라질 국채 10년물을 매수했다. 높은 이자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브라질 금리 인하와 환율 상승 등으로 연 40% 정도의 고수익을 달성했다는 소식에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13%.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브라질 채권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 하락에 울상이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로 인한 헤알화(브라질 통화) 약세와 함께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브라질 채권은 이중 손실에 직면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KB)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브라질 국채는 2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브라질 국채 판매액인 1조495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높은 수익률이다. 브라질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초 2%였던 기준금리를 2022년8월 13.75%까지 인상했다. 브라질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덩달아 13%대까지 올랐다. 당시 발행된 10년물의 표면금리(연 이자)는 12~13%대였다. 국채만 들고 있어도 연 10%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브라질 물가가 안정화하면서 금리도 점차 내려왔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5월에는 10.5%까지 내렸다.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 하면서 2022년11월 13.88%에서 지난해말에는 10.36%로 약 3.5%포인트 하락했다. 듀레이션(채권의 가중평균만기) 6년을 가정하면 지난해 브라질 10년물 가격은 약 21%(3.5%포인트×6년) 상승한 것으로 계산된다.
환율도 수익률 상승에 한 몫했다. 지난해초 230원대였던 원/헤알 환율은 지난해 6월 최고 270원대까지 올랐고 이후에도 연말까지 260원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환차익은 약 15%대다. 지난해초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면 채권 이자수익(10%)과 자본차익(21%), 환차익(15%)을 합해 1년 만에 약 40% 중반대 수익률도 가능했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헤알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하로 인한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해외 투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도 헤알화 약세에 영향을 줬다. 헤알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결국 브라질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준 10.5%에서 10.75%로 인상했다.
올 들어 원/헤알 환율은 약 9% 하락했고 브라질 10년물 수익률은 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초 브라질 10년물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환차손(-9%)과 자본손실(-12%)로 약 20%의 평가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연 10%의 이자를 감안하면 손실폭은 10% 정도로 줄어든다.
브라질 채권에 대한 증권가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금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적인 입장은 브라질의 금리 인상 사이클과 불활실성 요인 등으로 채권 수익률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지백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브라질 국채금리의 하방경직성(채권 가격 상승제한)이 우려된다"며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하며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재개되면서 금리 하락 여력은 더욱 작아졌다"며 "브라질 채권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브라질의 금리 인상과 헤알화 약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브라질의 통화정책 차이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환율 안정과 장단기금리 재역전 전망은 헤알화 채권의 투자기회"라고 진단했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브라질 채권은 기본적으로 표면금리가 높아 환차손 10% 정도는 이자로 충분이 만회 가능하다"며 "꾸준히 분할매수 하면서 장기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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