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와이스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대전 야구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한화 이글스에서 ‘단기 알바’로 시작한 투수가 2년 만에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만큼 드라마 같고, 한 팀의 역사 속에 오래 남을 이야기도 흔치 않다. 처음 와이스가 한화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정규 선발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응급 처방, 몇 경기 던지고 떠날지도 모르는 ‘패치형 용병’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 짧은 기회를 꽉 붙잡았고, 결국 한국 야구를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까지 문을 두드리는 투수가 됐다.

그의 출발은 조용했다. 애리조나에서 드래프트 4라운드로 지명받았지만 끝내 빅리그 데뷔를 하지 못했다. 이후 대만, 독립리그,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야구 인생의 갈림길에 섰던 와이스에게 한화와의 단기 계약은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다. 6주 총액 10만 달러. 화려한 경력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일일 알바’ 같은 계약이었다. 하지만 와이스는 대전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 마운드에서 거침없었던 그의 성격과 침착한 투구는 금세 눈에 들어왔고, 그는 단순 대체 선수가 아닌 한화의 확실한 선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6경기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3.73. 수치만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시즌 중반 합류한 선수가 KBO 타선에 적응하며 꾸준히 경기마다 역할을 해냈다는 점은 구단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가 흔치 않은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교체가 잦은 KBO에서 시즌 도중 들어온 투수를 그대로 다음 해까지 끌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한화는 와이스와 함께 시즌을 끝까지 달렸고, 더 나아가 2025년 동행까지 잡았다. 그 신뢰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적중이었다.

와이스는 올해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했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던 변화구는 더 날카로워졌고, 직구 구속도 소폭 늘었다. 이 모든 요소가 겹쳐지면서 그는 KBO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선발이 됐다. 30경기 16승 5패 ERA 2.87. 204개의 탈삼진. 여기에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보여준 투혼은 한 시즌의 결정판이었다. LG 타선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고, 7회 병살을 잡아냈을 때는 특유의 포효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누가 보아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좋아할 만한 유형’이었다.
결국 MLB 구단들도 그를 놓치지 않았다. ESPN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26년 260만 달러 보장, 최대 1000만 달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약안을 제시했고, 메디컬 테스트만 남은 상황이다. 단기 알바로 시작했던 한 선수가 2년 만에 연봉 40억 원이 넘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눈앞에 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야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메릴 켈리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KBO 역수출’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도 괜한 말이 아니다.

와이스의 이야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폼의 반짝임’이 아니라 꾸준함으로 평가를 뒤집었다는 점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그는 빠른 공도, 압도적인 무브먼트도 가진 투수가 아니었다. 기복이 심했고, 결정구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는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았고, 무엇보다도 경기 운영의 여유를 배웠다. 위기에 몰렸을 때 무너지는 대신 한 타자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침착함이 생겼다. 이 점은 KBO에서 성공한 투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배운 투구 관리와 템포 변화가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 켈리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한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폰세와 와이스가 합작한 33승은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최대 원동력이었다. 폰세 또한 토론토와 계약에 가까워진 만큼, 한화는 단숨에 두 명의 에이스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와 계약했지만, ‘폰세-와이스’ 조합이 주는 안정감까지 단숨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남긴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는 다음 시즌 한화의 첫 10경기만 보아도 바로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화가 허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와이스, 폰세처럼 한국에서 기회를 얻어 MLB 재도전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 KBO는 다시 한 번 ‘피더 리그’가 아닌 ‘성장 리그’의 역할을 증명하는 셈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외국인 선수 영입 시장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신뢰도가 생기고, 선수들에게도 “한국은 다시 뛰어볼 만한 리그”라는 인식이 더욱 강화된다.
와이스는 이제 KBO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별은 아쉽지만,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기 알바의 인생 역전’이었다. 무엇보다 한화 팬들이 그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성적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임에도 팀과 팬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냈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얻었다.

대전에서의 시간이 그를 완전히 다른 투수로 만들었다면, 휴스턴에서의 시간은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와이스가 KBO를 떠나간다 해도 그가 남긴 이야기는 오래 회자될 것이고, 또 다른 외국인 선수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장의 시작이다. 대전에서 한 알씩 쌓아 올린 그의 커리어는 이제 메이저리그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시험을 받는다. 그는 그 도전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는 이미 그가 또 한 번 놀라움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 그의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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