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도 아카데미도 다 사라지네”…대구시민들, 사라져 가는 추억에 ‘아쉬움’
OTT 성장 밀려 극장가 침체 가속화 영향
사라져 가는 동성로 추억 장소에 시민들 “아쉽다”


"아카데미극장라고 불렀던 학창시절부터 결혼 후 남편, 아이들과 종종 찾았는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추억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고 허전합니다." 대구 중심 상권인 중구 동성로의 상징적 장소 중 한 곳인 아카데미극장의 폐업 소식을 접한 서모(53·여)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이같이 말했다.
대구시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향토 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CGV대구아카데미는 최근 "오는 23일까지 상영하고,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는 1961년 아카데미극장으로 문을 연 지 65년 만이다.
아카데미극장은 1961년 2월 중구 동성로에 문을 연 뒤 대구 중심 상권을 대표하는 극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후 멀티플렉스 시대로 전환돼 2001년 '아카데미 시네마'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2009년 문을 닫았다. 롯데시네마가 위탁 운영 중이던 이 극장은 2014년 CGV가 인수하면서 CGV대구아카데미점으로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왔다. 2020년 10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영업이 중단된 뒤 2021년 4월 재개관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CGV대구아카데미가 문을 닫는 이유는 최근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으로 극장 관객 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GV대구아카데미 측이 구체적인 폐업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대구지역 영화관의 매출과 관객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015년 약 970억 원이었던 대구지역 영화관 매출액은 2016년 약 965억 원, 2017년 약 941억 원, 2018년 약 951억 원, 2019년 약 99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 약 257억 원에 그쳐 5년 새 74% 가량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후 2021년 약 282억 원, 코로나19 사태 규제가 완화된 2022년 약 515억 원, 2023년 약 570억 원, 2024년 약 537억 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약 470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2.5% 감소하면서 회복 흐름이 끊겼다.
관객 수 역시 2015년 약 1천240만 명을 기록했지만, 2020년 약 297만 명으로 5년 새 76% 가량 급감했다. 이후에도 2021년 약 296만 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규제 완화 이후인 2022년 약 512만 명, 2023년 약 574만 명, 2024년 약 564만 명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약 489만 명으로 급감했다.
폐점 소식이 전해진 뒤 첫 주말인 지난 11일, CGV대구아카데미점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극장가가 침체기에 빠졌음을 실감케 했다. 반면, 넷플릭스 등 OTT 이용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OTT 이용률은 79.2%에 이른다.
아카데미극장처럼 대구 동성로의 상징적인 장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상권이 형성되고, 대형 백화점들이 들어서면서 동아백화점 본점과 대구백화점 본점이 각각 2020년과 2021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민들은 동성로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에 아쉬움과 공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동성로에서 만난 김모(55)씨는 "과거 동성로라고 하면 떠오르던 추억의 장소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며 "과거 북적거렸던 모습과 달리, 유동인구가 점점 줄고 빈 점포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2026년 1월 현재 대구 동성로 상권의 공실률은 20%를 웃돌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유통구조의 변화로 대구 최대 번화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상가 5곳 중 1곳은 비어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동성로의 상가 공실률은 대구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2024년 3분기 공실률 19.8%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23.3%로 1년 사이 3.5%포인트 상승했다. 2025년 3분기 대구지역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 17.4%와 비교할 때 동성로가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브랜드가 입점한 메인 거리는 그나마 유지되는 반면, 이면도로나 소규모 상가의 공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공실은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는 오히려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영세 상인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상태다. 이는 대구 상권의 분산과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의류와 잡화 등 오프라인 매장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대구백화점 본점 폐점 이후 집객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 앵커시설, 즉 랜드마크가 사라진 것도 동성로 상가의 쇠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구 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동성로에 접목시켜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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