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에 무려 50kg이 넘습니다 … 지구에서 가장 큰 '과일' 정체

달콤하면서 쫀득한 '잭푸르트'
잭푸르트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 시장 좌판에 잘려 나간 채 진열된 거대한 초록빛 과일이 눈길을 끈다. 겉에서 보면 수박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울퉁불퉁한 껍질과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가 놀라움을 준다.

이 과일의 이름은 잭푸르트로 태국에서 카눈(Kanoon)이라 불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과일로 기네스북에도 기록돼 있다. 일반적인 것은 10~20kg에 이르며, 큰 것은 50kg을 훌쩍 넘기도 한다. 길이는 90cm에 달하는 것도 있어 과일이라기보다는 작은 덩어리 채소나 수박 여러 개를 합친 듯한 위용을 뽐낸다.

잭푸르트 나무 한 그루에서는 해마다 200개에서 많게는 500개의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초록빛이나 황갈색 껍질로 덮여 있으며 표면은 마치 뾰족한 혹이 가득한 듯 거칠다. 안쪽에는 노란 과육이 층층이 들어차 있고, 각 과육은 씨앗을 감싸며 독립된 덩어리처럼 분리돼 있다.

맛은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이 합쳐진 듯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향은 진하고 달콤해 과일의 신선한 풍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채취와 손질, 결코 쉽지 않은 과일

잭푸르트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잭푸르트는 크기만큼 다루기도 쉽지 않다. 우선 껍질이 워낙 두껍고 질겨 칼을 깊게 넣어야 하며, 자르는 순간부터 끈적한 수액이 흘러나온다. 이 수액은 손과 칼에 잘 달라붙어 작업을 방해한다. 현지에서는 미리 손에 기름을 바르고 칼날에도 얇게 기름칠을 한 뒤 손질한다. 그래야 과육을 발라낼 때 훨씬 수월하다. 한 개의 과일을 손질하려면 숙련된 사람에게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열매가 워낙 크기 때문에 통째로 유통되기 어렵다. 농장에서 채취할 때는 줄기와 과일의 무게 때문에 떨어뜨리면 쉽게 손상되므로 밧줄이나 망으로 받쳐 내린다. 크기와 무게가 상당해 유통 과정에서도 취급이 까다롭다. 한국에서는 통째로 들여오기 힘든 탓에 과육만 발라 소포장하거나 냉동 상태로 판매한다.

일부 대형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진공 포장된 형태로 구매할 수 있으며, 이렇게 가공된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비교적 쉽게 잭푸르트를 먹을 수 있다.

보관 역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껍질을 벗긴 후 과육은 냉장 보관을 하면 5일 정도, 냉동 보관하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해동할 때 수분이 빠져 식감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씨앗은 껍질을 벗겨 말리거나 바로 조리해 먹는다.

잭푸르트의 다양한 먹는 법

잭푸르트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잭푸르트는 익는 정도에 따라 쓰임새가 크게 달라진다. 덜 익었을 때는 전분질이 풍부해 채소처럼 요리에 사용된다. 카레, 볶음, 찜 요리에 넣으면 고기와 비슷한 질감을 내 요리에 든든함을 더한다. 동남아에서는 덜 익은 잭푸르트를 고추와 향신료로 양념해 카레로 조리하거나, 튀겨낸 후 반찬처럼 먹는다. 잘 익었을 때는 과육이 꿀처럼 달아 디저트나 간식으로 즐기기에 알맞다.

달콤한 과육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젤리에 넣어 먹으면 이국적인 풍미를 더한다. 잭푸르트 주스나 스무디도 인기 있는 음료다. 씨앗도 버려지지 않는다. 껍질을 벗기고 삶거나 구워 먹으면 밤이나 감자처럼 고소한 맛이 나 별미로 즐길 수 있다.

서구권에서는 잭푸르트가 ‘비건 고기’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덜 익은 과육은 섬유질이 질기고 쫄깃해 돼지고기 요리 중 하나인 풀드 포크(찢은 돼지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낸다. 이 때문에 샌드위치, 타코, 버거 등에 대체육으로 널리 쓰인다. 채식주의자나 비건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단백질 보충과 함께 식감의 만족감을 주는 식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과일

잭푸르트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잭푸르트는 크고 독특한 과일을 넘어 현지 문화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태국에서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져 축제와 제사 음식에 오르며, 집안에 잭푸르트 나무가 있으면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다. 인도에서는 오래된 설화와 종교적 상징에도 등장하며, 신성한 과일로 취급되기도 한다.

농촌에서는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수백 개의 열매를 얻을 수 있어 한 해 먹을거리를 보장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잭푸르트는 열대 지방 주민들의 중요한 식량 자원이 돼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글로벌 식품 산업에서 대체육 재료로 떠오르며 또 다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낯선 과일이지만,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독특한 달콤함과 쫄깃한 식감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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