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440원 돌파..원화 약세 가팔라 "고민빠진 외환당국"

연지안 2022. 9. 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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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연고점 경신.."경기둔화·수출부진 원화약세 부추겨"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한 가운데 원화 약세가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원화의 절하폭이 다른 통화 대비 높은 상황이다. 최근 한 달 사이 급격해진 원화 약세 속도에 외환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 주요국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중국 경제 부진과 국내 수출 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강달러+위안화 급락...원화약세↑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8.0원)보다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장중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 역시 이틀만에 경신하면서 1400원대 환율 상승세는 5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날 환율 상승은 달러 가치는 높아지고 위안화 가치는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7일 114.1로 마감했고 이날도 114원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는 7.2위안을 돌파하며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도 원화 약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하고는 있지만 원화는 다른 통화 대비 약세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진단이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 절하율을 보면 26일 기준 원화는 8월말보다 6.5%나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중국 위안화는 3.8%, 일본 엔화는 3.4% 절하됐고 유로화와 호주 달러도 각각 4.1%, 5.1% 절하되는 데 그쳤다. 다른 통화 대비 원화 절하폭이 큰 것이다.

주요국 환율 변화율에서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지난 7월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5.9% 하락했다. 같은기간 엔화가 6.7% 하락한 데 비해서는 적은 것이지만 중국 위안화가 2.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하락률이다. 엔화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약세를 나타냈고, 위안화는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경기둔화 우려가 나타나면서 약세를 보였다.

이 기간 하락한 주요 통화들을 보면 튀르키예 리라화는 정책금리 인하,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으로 1.7% 하락하고, 남아공 란드화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등으로 2.6%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화(-1.0%), 파운드화(-4.1%), 인도 루피(-0.4%)도 약세였다. 한국의 원화 약세 폭이 상대적으로 큰 상태다.

경기둔화 우려감...정책대응 고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파운드화 급락으로 원화도 동반 하락했으며 원화가 달러인덱스보다 더 빠르게 절하됐다"며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며 대응중이며 금리 등 거시적 정책과 수급 조정 등 미시적인 정책 등이 필요하다. 가격이 오른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에 대한 복합적인 대응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지난 7일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주요국의 경기와 국내 무역적자 등 수출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경상수지 악화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출, 외국인직접투자를 넘어서는 해외직접투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내년 1·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화가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폭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고 주요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원화 절하폭이 다른 통화보다 높은 것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중국 경제 부진 영향이 동반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국내 수출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대외 여건 약화로 인한 여파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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