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10월 페라리는 자사 최초의 4도어 4인승 모델인 푸로산게를 국내에 출시했어요. 페라리에서는 FUV(Ferrari Utility Vehicle)라고 부르며 SUV와는 차별을 두고 있지만요. 마니아들은 F1에 출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던 페라리가, 이렇게 크고 무거운 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이미 2025년 생산량까지 주문이 끝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오늘 첫차연구소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게요.
슈퍼카, 럭셔리카 브랜드를
책임지는 SUV들

90년대 말부터 이어진 SUV의 인기에 럭셔리카와 스포츠카 제조사들도 SUV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 초반 포르쉐 카이엔의 성공으로 포르쉐의 재정 상태가 대폭 개선되었고, 크고 고급스러운 SUV를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은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죠. 이후 벤틀리는 벤테이가를, 마세라티는 르반떼를, 애스턴 마틴은 DBX를 출시했으며, 심지어 롤스로이스도 컬리넌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어요.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출시했죠.
람보르기니는 지난 해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는데, 그 중 6천여 대는 고성능 SUV 우루스였어요.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하며 브랜드의 실적을 견인했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롤스로이스 역시 SUV인 컬리넌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벤틀리 벤테이가 역시 작년 벤틀리 판매량의 44%를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보였어요.

당연하게도 호사스럽고, 주행에만 초점이 맞춰진 슈퍼카와 럭셔리카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요. 하지만 SUV라면 넓은 공간과 뛰어난 실용성을 갖추고 있고, 일상적인 운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죠. 제조사 입장에서도 SUV가 매출을 끌어올리면 고성능 럭셔리카의 높은 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고요. 따라서 고성능 럭셔리 SUV는 제조사와 고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선택이라 볼 수 있겠네요.
심지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에요. 2억 9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우루스 S는 람보르기니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이고, 벤틀리 벤테이가 역시 시작 가격이 3억 원을 넘지 않는 유일한 벤틀리죠. 컬리넌이나 DBX 등 다른 럭셔리 SUV들도 기존 라인업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가격대라 더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가진 듯 보여요.
페라리를 구할 푸로산게
드디어 인도 시작!

끝까지 SUV를 만들지 않겠다는 완고한 의지를 보였던 페라리는 2022년 자사 최초의 SUV 푸로산게를 공개했어요. ‘푸로산게’라는 이름은 ‘순종(순수혈통/Pureblood)’이라는 뜻으로, 경주마 중 순수 혈통의 종마를 의미하는 ‘써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단어를 이탈리아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크고 무거운 SUV라도 페라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차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한데, 실물을 접하거나 시승해 본 이들의 반응을 보면 페라리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푸로산게의 외관은 이름처럼 근육이 탄탄한 경주마를 보는 듯해요. 뒷펜더를 비롯해 외부 패널이 팽팽하게 당겨진 듯한 인상이고, 긴 보닛과 완만하게 누운 A필러 역시 무척 잘 달릴 것만 같은 인상을 심어주죠. 여기에 앞 22인치, 뒤 23인치의 휠과 타이어가 당당하게 차체를 떠받치고 있어요. 넓게 열리는 코치 도어 너머에는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와 4개의 버킷 시트가 자리잡고 있는데, 네 명의 탑승객 모두 공평하게 운전 재미를 공유할 수 있을 것만 같네요.

널찍한 보닛 아래에는 V12 자연흡기 엔진이 자리잡고 있어요. 요즘 보기 드문 6.5리터의 대배기량과 자연흡기 엔진이지요. 최고출력 725마력, 최대토크 73.0kgf.m을 기록하며, 0-100km/h 가속 시간 3.3초에 최고속도 310km/h 이상을 기록한다고 해요. 고강도 알루미늄 섀시와 카본 루프로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고, 재빠른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후륜 쪽에 배치해 49:51의 무게 배분을 구현했어요.
도어와 시트의 개수가 늘어났지만 페라리의 DNA를 그대로 담아낸 것 같죠? 그래서인지 시작 가격이 5억 원에 달하지만 2천 건에 가까운 계약 건수를 기록할 만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벌써 내년 생산분까지 주문을 모두 받았다고 하니 그 인기가 쉽게 가늠이 가질 않네요.
페라리의 파격 행보는
올해부터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제조사 페라리 역시 전동화와 탄소 중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203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2026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60%, 2030년까지 80%를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하고자 해요. 푸로산게 역시 V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고,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SF90과 296 GTB가 작년 판매량의 44%를 차지했으니,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거예요.
또 페라리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15종의 신차를 쏟아내며 라인업을 대폭 확장할 예정이에요. 여기에는 순수 내연기관 스포츠카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여러 대의 전동화 모델도 있어요. 라 페라리의 후속 모델인 F250은 2024년 출시를 앞두고 테스트카가 포착되었고, 812 슈퍼페스트의 후속 모델인 F167과 새로운 컨버터블, 그리고 페라리 최초의 전기차까지 다양한 신차를 개발하고 있어요.

페라리의 또 다른 목표는 전기차 생산 시설의 완공이에요. 1941년부터 페라리의 기반이 된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지어지고 있는 ‘E-빌딩’은 연간 1만 5천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생산 시설로 오는 6월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에요. 여기서는 모터와 인버터 뿐만 아니라 배터리까지 직접 설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해요.
페라리는 전동화 계획을 추진하는 동시에 내연기관 엔진의 장기적인 미래도 약속했어요. 내연기관 모델의 효율성을 꾸준히 개선하고, 대체 연료를 개발해 가솔린 엔진의 2030년에도 20%는 내연기관 모델을 유지할 것이라고 해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순수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페라리는 비교적 적은 비중이지만 내연기관 라인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점이 흥미롭네요.
페라리 푸로산게에 대해 알아보면서 페라리의 전동화 계획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봤어요. 사실 페라리는 압도적인 가격과 성능, 철옹성 같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브랜드라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터라 앞으로도 상상 이상의 멋진 차들이 등장할 것 같아요. SUV 출시와 전동화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만큼, 페라리의 앞날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netcarshow, carsco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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