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화재로 사망한 운전자 유가족, “사이버트럭은 죽음의 덫”이라며 소송 제기

지난해 8월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배터리 화재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의 유족은 사이버트럭이 중간 정도의 충돌에서도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결함이 있는 설계를 가졌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이라고 홍보해 왔으며, 무엇이든 견딜 수 있는 탱크처럼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크럼플 존(crumple zone)이 설계돼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독특한 형태의 이 전기 픽업트럭에 충돌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의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도 사이버트럭의 안전성을 평가 중이며, 결과는 연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실험실 환경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사이버트럭이지만, 실제 사고에서는 그리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테인리스강 차체를 가진 이 트럭은 충돌 후 배터리가 발화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도로 위 잔해물이나 소화전을 들이받은 후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됐고, 이들 사고에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차량은 전소됐다.

하지만 2024년 8월, 사이버트럭과 관련된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는 차량 제어를 잃고 콘크리트 배수로를 들이받았으며, 이 충격으로 배터리에 불이 붙었다.

운전자는 차 안에 갇힌 채 탈출하지 못했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분석이 필요했을 정도로 화재는 격렬했다. 번호판과 차량 식별 번호(VIN)도 불에 타 판독이 불가능했다. 희생자인 마이클 시헌(Michael Sheehan)의 유족은 사이버트럭이 ‘결함 있는 설계’를 갖고 있었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 전원이 차단되면서 전자식 도어 개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운전자가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사망했다. 또한 배터리의 충돌 시 구조적 안정성도 고려되지 않은 설계였다는 점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시헌의 부모와 아내가 공동으로 제기한 이 소송에는 사고 당시 화재가 너무 강해 희생자의 골격조차 완전히 소실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족 측은 만약 사이버트럭이 운전자를 가두지 않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시헌은 생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을 ‘궁극의 종말 대비 차량’이라고 표현해 왔는데, 시헌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종말의 차량’이 됐던 셈이다.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사 스콧 웨스트(Scott West)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테슬라와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결렬돼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의 전원 차단으로 도어를 전자식으로 열 수 없었고, 비상용 수동 도어 개폐 장치는 사고 시 매우 찾기 어렵게 설계돼 있었다. 이는 구조 탈출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한 것이다.

소장은 또한, 테슬라가 열 전파 속도가 느린 더 안전한 배터리 셀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충돌 후 탑승자가 차량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소장은 “사이버트럭은 배터리 모듈 근처에 드라이브 모터가 너무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충격 흡수 구조물의 결함, 충돌 시 부품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충돌 안전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이 테슬라의 차량 설계나 생산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한편 원고 측도 시헌이 사고 당시 약간의 음주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웨스트 변호사는 “그렇다고 죽음을 각오해야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테슬라가 중대한 과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행히도 시헌의 사고가 사이버트럭과 관련된 유일한 치명적 사고는 아니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2024년 12월 캘리포니아 피드먼트(Piedmont)에서도 사이버트럭이 연루된 또 다른 치명적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에서는 사이버트럭이 보도를 들이받고 시멘트 벽에 충돌한 뒤, 벽과 나무 사이에 끼어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탑승자 4명 중 단 한 명만 구조됐으며, 화염이 너무 강해 구조대가 나머지 인원을 구출하지 못했다.

2025년 4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다른 사이버트럭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전 NBA 스타 길버트 아레나스(Gilbert Arenas)의 아들로 USC 농구 유망주였던 알리자 아레나스(Alijah Arenas)가 연기를 흡입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들은 사이버트럭의 배터리 보호 부족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테슬라는 “하부 방탄 보호판”을 옵션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대신 약 4,495달러(약 620만 원)의 UP 인빈서블(Invincible) 애프터마켓 방탄 하부 보호판 같은 제품들이 존재한다.

사이버트럭은 최근 몇 달간 구매자가 줄어들며, 2025년 2분기 실적이 대실패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4년 10월에 생산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파운데이션 시리즈 모델은 구매가 가능하다.

모델 S, 모델 X보다 저렴하고 더 많은 기술을 탑재했음에도, 사이버트럭은 그 평판이 매우 나쁘다. 특히 극우 정치 운동 및 일론 머스크의 나치 경례 논란과 연관 지어 ‘극우 차량’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