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이커머스 업계 2위 징둥닷컴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저가 중심의 직구 플랫폼인 반면 징둥닷컴은 직매입과 자체 물류 시스템을 이용해 빠른 배송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쿠팡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25일 징둥코리아에 따르면 징둥닷컴의 물류기업 징둥로지스틱스는 최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이천센터는 펫커머스 기업 전용, 인천센터는 미국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물류대행과 국내 뷰티기업 수출을 위한 전용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1998년 설립된 징둥닷컴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해온 기업이다. 전신인 징둥공사는 오프라인 전자제품 판매 매장으로 출발했으나 2002년 '사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588억달러(약 227조원)로 쿠팡(약 41조원)의 5배 규모다.
업계에서는 징둥의 물류센터 가동이 이커머스 시장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외 진출 시 물류거점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징둥의 일관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2018년 징둥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2022년에는 국경 간 운송업을 포함한 물류사업 등록을 마치며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해왔다.
한국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중국 내수둔화와 경쟁 심화가 있다. 징둥닷컴은 알리바바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했으나 최근 핀둬둬가 급성장하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핀둬둬는 테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 시장점유율 16.4%를 기록하며 징둥닷컴(16.5%)을 바짝 추격했다.

한국은 징둥닷컴의 직매입 및 통합물류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앞서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직구방식의 특성상 배송속도에 한계가 있지만 징둥닷컴은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해 빠른 배송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징둥닷컴은 중국 내 전체 주문의 90% 이상을 24시간 내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콜드체인, 냉동·냉장 보관, 기업간거래(B2B)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
정품유통 원칙도 C커머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징둥닷컴은 사업 초기부터 정품만 유통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를 위반한 업체는 상품 1개당 최대 100만위안(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플랫폼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쿠팡이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연매출 4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징둥닷컴에도 매력적인 진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감안할 때 징둥닷컴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쿠팡과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양사는 미국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운영방식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사업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풀필먼트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해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실현했다. 징둥닷컴이 2010년 도입한 24시간 배송 '211서비스'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료 멤버십인 '징둥플러스'는 쿠팡의 '와우회원'과 비슷하다. 다만 쿠팡은 월정액 7890원, 징둥플러스는 연회비 149위안(약 2만9300원)으로 운영된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징둥닷컴은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중국과 해외에서 축적한 물류 인프라, 운영 노하우, 자본력을 고려하면 쿠팡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향후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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