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두워질수록 빛나요" 밤에 가야 더 감동적인 야간 산책로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마음을 맡기고 싶은 숲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도시 불빛과는 다른, 고요하지만, 은은한 빛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곳. 경남 진주 월아산 자락에 위치한 ‘숲속의 진주’는 그런 특별한 공간입니다.

진주성의 야경이 아름답다는 건 익히 알려졌지만, 이곳 월아산의 달빛정원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이 정원은 불빛 아래 스며드는 고요한 감성과 더불어, 사람의 손길이 깃든 환대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달빛이 물든 정원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며 낮 동안 조용했던 숲은 마치 공연의 막이 오르듯 화사한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발밑에 깔린 흙길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고, 곳곳에 배치된 조형물과 쉼터는 마치 영화 속 세트장처럼 완성도 높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특히
달빛정원은 이곳의 하이라이트입니다.
1995년 대형 산불로 산림 30만 헥타르가 사라졌던 그 자리. 시민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복원된 이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자연 재생의 상징이자 공동체 정신의 산물입니다.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가정원, 하모 쉼터, 산석정원 등 테마별로 구성된 공간들이 이어지며 산책을 더욱 풍요롭게 해줍니다.

걷는 이에게 자연스럽게 휴식을 권하는 벤치 하나에도 이야기와 온기가 담겨 있어, 잠시 멈춰 앉아 호흡을 가다듬게 됩니다.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산불 이후 복원된 돌정원은 공공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이 직접 조성한 공간입니다.

돌 하나에도 시민들의 손길이 깃들어 있어 더욱 따뜻하게 다가오며, 이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 듭니다.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달빛 아래 펼쳐지는 산책길은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또 다른 색깔을 가집니다. 연인과 함께라면 낭만이 되고, 가족과 함께라면 따뜻한 기억이 되며, 혼자라면 위로가 됩니다.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후투티 정원이 나타나 황금빛 물결로 반겨주고, 마음마저 환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또 하나의 기적

사진=월아산 숲속의 진주

‘숲속의 진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이 공간에는 과거의 상처와 그 회복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의 산불이라는 재난을 지나, 시민들의 힘으로 숲을 되살리고 정원을 만들고, 문화를 채워왔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정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휴양림과 목재문화체험장, 산림레포츠시설, 숲속 어린이도서관 등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 공간은 일상에서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시민의 쉼터이자 배움터입니다.

오는 6월에는 이곳에서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도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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