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까지 얼마입니까] ① “5월엔 10만 원이었는데”… 치솟은 비행기값에 제주 대신 다른 곳 본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6. 5. 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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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유류할증료 사상 최고… 제주 노선도 성수기 가격 급등
“가족 넷이면 항공료만 100만 원”… 관광객들 “차라리 다른 국내로”
해외 대신 국내 이동 시작됐지만 제주 독점 구조는 흔들
관광·물류 함께 압박… “이제 항공 접근성까지 관광 전략으로 봐야”
항공료 부담이 커지면서 제주 관광 역시 ‘얼마나 드는가’를 먼저 계산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AI 제작 이미지)


제주 관광은 오랫동안 공항 이용객과 예약률, 연휴 특수 같은 지표로 설명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제주 여행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먼저 열리는 건 여행 앱이 아니라 항공권 검색창입니다.
“제주에 가서 뭘 할까”보다 “제주까지 얼마가 드나”를 먼저 계산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단계까지 치솟고, 제주 노선 항공권 가격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올여름 관광 흐름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대신 국내로 이동하는 수요는 살아 있는데, 정작 관광시장 안에서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반응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유류할증료 폭등은 제주 관광의 오래된 공식을 흔들고 있습니다.
“해외 대신 제주.”

당연하게 여겨졌던 선택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행기값은 더 이상 이동 비용에만 머물지 않아, 제주 관광은 이제 ‘얼마나 많이 오는가’ 이전에 ‘얼마를 감수하고 들어와야 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갔습니다.

직장인 강 모(52)씨 역시 최근 여름 휴가 계획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강 씨는 “5월 초만 해도 평일 왕복 기준 10만 원 정도에 제주를 다녀왔는데, 최근 8월 초 항공권을 보니 25만 원 안팎까지 올라 있었다”라며 “아이들까지 같이 움직이면 제주 대신 다른 지역부터 먼저 보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두세 달 사이 체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여름 성수기 제주 노선에서는 왕복 20만~30만 원대 항공권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 “예약부터 다시 본다”… 관광객 소비 방식 달라졌다

국제선 시장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됐습니다.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처음입니다.

불과 지난 3월 6단계였던 유류할증료는 두 달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었습니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뉴욕 노선은 편도 유류할증료가 56만 4,000원까지 올랐고, 일본·중국 노선 역시 두 달 전보다 5배 가까이 오른 수준입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국제 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런 부담이 국제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수기 수요와 공급 좌석 부담, 유가 상승 영향이 동시에 겹치면서 제주 노선 역시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관광업계 안에서도 최근 분위기 변화를 체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연휴나 주말 예약은 아직 버티는 편인데 평일 예약은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제주를 먼저 정해놓고 숙소를 봤다면, 지금은 항공권 가격부터 보고 여행 자체를 다시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주 대신 이동 부담이 적은 내륙 지역 문의가 늘고 있다는 반응도 현장에서 나온다”라며 “국내 여행 수요 자체는 살아 있는데 이동 비용 때문에 흐름이 갈리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예약 흐름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는데 실제 결제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라며 “결국 막판까지 고민이 이어진다는 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예전에는 미리 여름휴가를 확정하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항공권 가격을 끝까지 지켜보다 예약 시점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항공권만 끊으면 렌터카 예약은 거의 같이 움직였는데 최근에는 항공권 부담 때문에 제주 여행 자체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시내 한 음식점 업주 역시 “손님은 있는데 예전처럼 마음 놓고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가격부터 먼저 계산하는 손님들이 확실히 많아졌다는 걸 체감한다”라고 전했습니다.


■ “가족 넷이면 100만 원”… 제주, 이제 국내 지자체가 모두 경쟁자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 부담은 훨씬 큽니다.
성수기 주말 기준 왕복 항공권에 수하물과 좌석 지정 비용까지 더하면 4인 가족 항공료만 100만~130만 원 수준까지 올라갈 상황이 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이동 자체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비행기를 타야 하나”라는 고민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여행 수요는 항공 이동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빠르게 분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의 경우, 올해 5월 국내 숙소 예약 건수가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고 밝혔고 아고다 역시 한국 이용자의 국내 숙소 검색량이 22%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관광업계 안에서는 “해외 대신 국내로 움직이는 건 맞지만, 제주가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분위기는 약해졌다”는 반응도 타진됩니다.

반면 제주 관광시장 안에서는 체류형 수요를 붙잡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옵션·체험형 일정 중심 상품이나 가족 단위 장기 체류 상품 비중이 늘고, 지역 축제와 야간 콘텐츠를 결합한 일정 구성도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체험형 해녀관광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주시 해안가에서 물질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제주관광공사 제공)


■ 관광객 규모보다 ‘제주까지 들어오는 비용’을 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제주가 항공 의존 구조라는 점입니다.
관광만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돼지고기와 신선식품, 특산물 배송 역시 항공 물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와 항공 운송 부담이 커질수록 제주산 상품 가격 경쟁력 역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지금 제주가 마주한 건 관광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동 비용이 커질수록 관광객은 더 냉정하게 여행지를 비교하게 되고, 물류 부담이 커질수록 지역 상품 역시 육지 시장과 가격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지역 안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 논의가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관광객들의 체감 부담은 이미 커지고 있는데, 항공 접근성 문제나 성수기 운임 부담 완화, 장기 체류형 관광 전환 같은 논의는 선거 국면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제주 관광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왔는가”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싸게 올 수 있나”, 그리고 그 비용을 감수하고도 “왜 다시 제주를 가야 하는가”.

비행기값은 이제 이동 비용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제주 여행을 결정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첫 번째 가격표’가 됐기 때문입니다.

숙소와 렌터카, 맛집을 보기 전에 “제주까지 들어가는 데 얼마가 드는지”부터 계산하게 되는 통과 비용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항공료 부담이 커질수록 관광객들은 여행 감성보다 체류 비용 전체를 먼저 따져봅니다.
제주까지 들어오는 비용 자체가 높아질수록 관광객은 제주를 먼저 선택하기보다 다른 지역과 함께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흐름도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시장 공기도 달라졌습니다.
예전보다 비용 계산은 훨씬 꼼꼼해졌고, 이동 거리와 머무는 시간, 실제 만족도까지 함께 따져보는 흐름이 한층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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