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미친X으로 기억해 준다면"…방망이도 못 잡을 정도라니, 이용규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박승환 기자] "야구에 미친X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는 4일 대만 가오슝 국경칭푸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이 끝난 이후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이용규는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데뷔 첫 시즌 52경기에서 타율 0.129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입단 1년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이용규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를 거쳐 2020시즌부터 키움에서 뛰었는데, 올해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이용규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KBO리그 역사와도 같다. 지금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지만, 이용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 첫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까지 붙박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선수 겸 플레잉코치로 뛰었던 만큼 은퇴가 예상되긴 했었지만, 그 시점을 올 시즌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만 가오슝에서 만난 이용규는 "올해 계약을 맺을 때부터 구단, 단장님과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었다. 다만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사하게도 계약 과정에서 단장님께서도 좋은 마무리를 제시해 주셨다. 자연스럽게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시즌을 갖게 됐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화려한 커리어를 갖추고 있지만, 세월은 야속했다. 몸 상태가 이용규의 발목을 잡은 것이 가장 컸다. 이용규는 "사실 1월 10일에 버티다가 수술(오른쪽 손목)을 받았다. 일상 생활조차 너무 힘들었다"며 "항상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있는 것 같다. 100%의 만족은 없다. 하지만 후회의 아쉬움이 덜한 선택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이게 옳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덜 후회되는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내 위치도 그렇고, 재활 때문에 배팅 훈련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순 없다. 하지만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시기다. 때문에 빠짐없이 내 경험을 통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나는 떠나지만, 우리 선수들은 계속 야구를 해야 된다. 좋은 결과를 내서 발전하기 위해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용규는 지난 시즌 중 은퇴를 고민했다고. 그는 "솔직히 은퇴가 1년 늦어졌다고 생각한다. 올해처럼 작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은퇴를 선언했으면 너무 좋은 타이밍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작년에 은퇴를 했다면 인터뷰로 은퇴하는 것밖에 안 되지 않나. 그래도 팬들께 인사도 하고 싶었는데, 단장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셨다. 1년을 더 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래서 미련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용규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나는 (이)대호, (김)태균 선배처럼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선수는 아니다. 매년 잘 버텼다. 하지만 어떻게든 악착같이 했다. 이용규 하면 '악바리', '야구에 미친X', '최선을 다한 X'로 기억해 주신다면 성공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괜찮은 야구 인생을 보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용규는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선수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했지만 '용규놀이'만큼은 야구계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향후 어떤 선수가 이용규의 기록을 깨더라도, '용규놀이'라는 명칭 만큼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주심이 있다. 내가 타석에서 지지 않으려고, 출루에 대한 목적 의식 덕분에 나오게 됐다. 내 이름이 붙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이라며 "기록은 깨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선수 덕분에 내 이름이 한 번 더 거론되지 않겠나.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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